한약(생약)제제 경구용 전문의약품에 대한 동등성 재평가가 실시될 예정이다. 다만, 동등성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 비교임상자료도 허용된다.
제약업계는 한약제제를 포함한 천연물의약품의 경우 특성상 동등성 입증이 어렵다고 반대해왔지만 '국민 건강'과 '전문의약품 신뢰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한약제제 전문의약품 동등성 재평가 실시 방안 타당성' 관련 안건을 만장일치로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한약제제의 직접적 동등성 입증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약제제의 유효성분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약제제는 주로 식물과 같은 생약의 주출물 그 자체를 하나의 주성분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그 안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어 명확하게 유효성분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유효성분의 종류 및 함량이 부정확한 한약제제로는 동등성 시험 적용이 어려워서다. 유효성분의 혈중농도를 분석적 기술을 통해 파악해 생체이용률을 평가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부적합하다는 것.
중앙약심위 위원들은 이 같은 제약업계의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제약 산업의 수준을 높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천연물 신약 개발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기 위해선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개발 성과를 인정해주고, 재평가를 통해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A위원은 "과거에는 비교용출시험, 비교붕해시험 등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동등성을 인정했으나, 최근에는 기준을 엄격히 해나가고 있다"며 "한약제제에도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B위원은 "의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과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이 동등함을 입증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한약제제도 제네릭보다 오리지널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후발주자들에게 개발 동력을 주고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C위원도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오리지널 개발사의 비용 투자에 따른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첨언했다.
D위원은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비열등으로 실시한다면 규모를 200명 아래 선으로, 공동으로 실시한다면 비용이 절감돼 후발업체들도 시장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