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경영난…고가 진단기기 구매 미뤄
2003.09.05 13:30 댓글쓰기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CT나 MRI 등 고가의료장비의 내수 시장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한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를 비롯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의 고가진단장비 시장은 씨멘스를 비롯해 필립스메디칼시스템즈, GE메디칼시스템즈 등의 외국계 기업들이 거의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 중에는 메디슨과 메디너스, 리스템 등이 초음파진단기와 MRI, 진단용X선촬영장치 등을 보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CT, MRI, X-Ray 기기와 같은 고가의료장비 구매를 연기하거나, 도입 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등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초음파의료기기의 내수 규모는 전달에 비해 33%나 급갑했고, 의료용방사선기기 역시 전달에 비해 13%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자 씨멘스, 필립스, GE 등 3개 업체들도 의료기관 경영난의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다.

GE메디칼의 경우 지난해 CT와 MRI 판매가 증가하면서 2천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19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적인 경기위축과 병원계의 경영난이 겹치면서 신규 구매에 따른 매출이 예년처럼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 3/4분기에 접어들면서 의료장비 구매를 연기하는 병원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또 의료기기를 할부 구매한 병원 중 일부에서는 채권회수가 늦어지는 곳도 있다"고 악화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필립스메디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필립스는 그동안 국내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CT를 비롯해 MRI, 초음파진단기, X-Ray기기, 환자감시장치 등을 보급해왔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의료장비 도입을 연기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어, 회사 매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씨멘스도 올해 시장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씨멘스는 그동안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CT를 비롯해 MRI, 혈관조영촬영장치, 핵의학장비 등의 고가 첨단의료기기를 보급해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 부문에서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며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신규 판매가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메디슨 역시 내수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4분기에 25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메디슨은 내수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메디슨 관계자는 "의원급의 경영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내수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며 "예전에는 회사의 전체 매출중 수출과 내수 비중이 7 : 3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8: 2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쉽사리 나아질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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