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일축해 온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제이엘케이가 결국 주주들에게 손을 벌렸다. 누적되는 적자에 더딘 사업 성과가 겹치면서 자체 자금 확보 역량에 한계를 느꼈다는 해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이엘케이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약 48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이엘케이 유상증자는 상장 후 처음 실시되는 것으로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주식 수 1619만5712주 31.7%에 해당하는 513만3698주가 신주 발행될 예정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최종 발행가는 오는 9월 20일 확정된다.
제이엘케이는 유상증자와 동시에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유상증자로 인한 일시적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유증에 참가하는 주주들은 1주당 0.2주(20%)를 추가 배정하는 무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무증 신주 배정 기준일은 10월 8일로 예정됐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란 설명이다. 크게 ▲시설 자금 ▲운영자금 ▲타법인증권 취득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의료 AI 분야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진출에 전념해 2028년 해외 5000억원 매출 달성에 다가선다는 복안이다.
외부 자금조달 계획 없다고 밝힌 전략 수정…주당 20% 무상증자도 단행
그간 제이엘케이는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지난 2월 미국 진출과 관련해 "유·무증 등 별도 외부 자금 조달 계획이 없으며 자체 역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진출 등 사업 추진을 위해 신규 자금 수혈이 불가피했단 분석이다.
실제 제이엘케이는 올해 1분기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606억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626억원 중 대부분을 까먹었다.
현재 제이엘케이는 뇌졸중·전립선암 AI 솔루션을 내세워 올 하반기 미국 시장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설립된 미국법인 활성화에 돌입했으며 서부, 중부, 동부 전역에 위치한 대형 거점 병원과 영업망 확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미국 시장 진출 신호탄으로 전립선암 AI 솔루션 '메디허브 프로스테이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현재 1개의 뇌졸중 솔루션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4개 추가 뇌졸중 AI 솔루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는 현지에서 인공지능(AI) 개발자, 서비스 개발자, 임상전문의, CS 전문가, 세일즈 전문가 등의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미국 의료 현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간다는 구상이다.
제이엘케이는 경쟁사 Viz-AI, Rapid-AI, Heartflow와 비교해 기술력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조원대 기업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경쟁 기업에 비해 회사가 저평가돼 있어 이번 글로벌 진출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이다.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유통 주식수가 증가하는 만큼 주당 가치가 하락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엘케이 주가도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21.87% 하락한 1만93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결국 제이엘케이도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 성과가 가시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엘케이 김동민 대표는 "미국 의료AI 시장 진출을 위해 이번 증자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확보된 자금은 영업망 구축 등 해외 비즈니스 동력 확보에 투입될 예정이며 재무 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루션들의 상용화 준비가 완료돼 있는 만큼, 뇌졸중 솔루션 FDA 승인에 주력하고 모든 역량을 미국 시장 선점에 쏟아부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