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수첩] 정부가 의료기기 규제개혁을 위해 발표한 '선(先) 진입·후(後) 평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제도 법제화를 위한 첫단추인 개정안조차 마련하지 못해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해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체외진단기기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기는 정부 규제가 크게 작용하는 분야 중 하나다. 때문에 업체들은 새로운 의료기기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이전 기술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제품 안전성과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업체들의 고충이 적지 않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임상 문헌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제 막 개발한 의료기기 임상 논문이 충분할리가 없다. 의료기기 임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시장 진출이 늦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 의료기기' 개발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체외진단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는 이유 대부분이 임상 문헌 부족인 만큼 정부가 규제개혁에 필요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 같은 업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의료기기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의료기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실적과 제품을 추후 평가해서 시장 진입을 돕는 것이 취지다. 즉,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는 문헌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시장 진입을 허용해 의료기기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얘기다.
정부는 먼저 감염병 진단검사에 사용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한정해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하고, 추후 개정안을 마련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당초 6월 중으로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석달이 넘도록 조용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고 밝혔으나 개정안 심사 기간과 절차를 고려하면 올해도 제도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는 전망이 높다. 그동안 제도 시행만 기다려온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3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553% 성장했다. 전 세계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오는 2023년 약 9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체외진단기기 새 역사를 쓰고있는 업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