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의 수련 기간은 단축하고 지원은 늘려야 한다. 전공의 TO는 계속해서 줄여야 한다. 그래야 외과의사도 살고 환자도 산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당시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이었던 그는 단단히 결심을 한 듯 학회 전체의 모토를 '위기의 외과 구하기'로 설정하고 총대를 멨다. 갈수록 수렁으로 빠지는 외과를 이대로는 지켜볼 수 없다는 고집에서였다.
이후 1년 여가 흘렀을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외과 수가 30% 인상. 여기에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외과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윤여규 회장의 공이 있었다.
그가 이번에는 대한외과학회 회장으로 올라섰다. 윤여규 회장(서울대병원)
[사진]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병원 외과 위기, 나아가 대한민국 외과 위기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윤여규 회장은 "전공의들의 외과계 기피현상은 수련교육을 받기 쉽고, 소위 전망이 밝다는 임상과를 선호하는 세대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바가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잘못된 제도 운영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외과 위기론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었는데도 복지부는 물론 의료계 전체가 수수방관했다. 심지어 외과 자체도 변화의 때를 잡지 못했다. 아직도 '대한민국 외과의 위기'에서 탈출구는 없다는 얘기"라고 목청을 높였다.
윤여규 회장은 "외과 전문의들이 한 시절을 풍미했던 때가 있었다"고 회고하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고 외과의 몰락은 그만큼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나 관계당국이 대한민국 의료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가 이에 대한 흐름을 읽고 적절한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모두 손놓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운 회장은 물론 "의료계 내 철저한 '파이 게임'에서 외과만을 위한 수가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외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반성 또한 없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외과가 이렇게 방치돼도 되는건가.
윤여규 회장은 "이제는 외과 수술만해서는 어렵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외과를 지원할 사람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어 "외과의에게 40대는 꽃이지만 그만큼 의사로서의 수명은 짧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적합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나이 일흔을 훌쩍 넘어 진료를 하고 있는 내과 의사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과 전문의로서 꽃'을 피우는 시기로 40대 후반 무렵에서부터 50대 초반을 꼽는다. 때문에 윤여규 교수는 "우선 40대 선두 그룹을 원로 외과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