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발달로 CT와 MRI 등 영상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진단 보조 플랫폼은 익숙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뇌질환과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별 영상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임상 진료현장에서 인공지능(AI) 활용 확대
올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AI 정부’ 선언 이후 의료계에는 또 한 번 AI기술 도입 바람이 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기반 AI 응급의료시스템을 개발에 착수했다. 의료영상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분석해 환자 맞춤형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연구팀은 오픈소스 AI를 활용한 대장암 판별에 성공하기도 했다. 환자 578명의 대장암 조직 슬라이드를 AI로 분석한 결과, 기존 분석법과 진단 과정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적용 대상을 11개 품목에서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 X-ray 등 153개 품목으로 확대하는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정부와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보건소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LG CNS 및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서울 은평구 보건소에 민간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 의료영상 분석 보조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평균 하루 정도 걸렸던 엑스레이 영상 판독 시간이 20초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처럼 AI활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영상분석뿐만 아니라 음성인식을 의료현장에 접목한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
진단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의료영상 자료 분석 솔루션이 주로 출시됐다면, 이제는 진료와 수술, 상담 등 병원에서 이뤄지는 행위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AI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인식 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현재 수술 및 회진 후 작성하는 수술기록지와 경과기록지를 인공지능을 통해 음성언어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할 수밖에 없는 진료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두 가지 언어를 혼합해 사용해도 상황에 맞게 문서화 시킨다. 의료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어와 의학전문용어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AI 의료기기 전문기업 뷰노와 의료용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의료영상 전송 시스템인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에 있는 영상 판독용 녹음 파일을 별도 인공지능 탑재 소프트웨어를 통해 문자로 자동 변환하는 프로그램이며 전사 업무 보조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기존에는 PACS 영상을 의사가 판독을 하고 그 내용을 음성 녹음하면 이 녹음 파일을 의료음성 전문 전사자가 듣고 직접 문서화 했었지만 이번 소프트웨어 개발로 녹음 파일이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으로 문서화될 수 있게 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수술실 업무를 자동화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병원은 최근 ㈜카부와 AI기반 스마트 수술실 구축용 솔루션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수술실의 워크플로우(Workflow)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이 개발되면 수술실 내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타임아웃(수술 전 의료진이 환자이름, 수술부위, 수술명 등에 대해 구두로 확인하는 것)’과 같은 요소를 반영해 환자 안전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평성모병원, 국내 최초 음성인식 전자간호기록 공개
가톨릭의료원 산하 의료기관 중 가장 최근 개원한 은평성모병원은 일명 ‘Voice EMR’을 선도하며 스마트병원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최근 국내 병원계에서는 처음으로 ‘음성인식 전자간호기록(Voice ENR)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의료 IT 전문기업 평화이즈가 퍼즐에이아이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자체 개발했다.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하면 간호사는 환자에게 수술 일정을 안내함과 동시에 해당 내용을 전자차트에 기록할 수 있다. 실시간 기록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사후 정리 등 추가 업무시간이 줄어든다.
은평성모병원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연구소 김병국 소장(이비인후과)은 “미국에서도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장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등 빠른 속도로 현장에 도입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음성인식 의무기록을 시범 도입하고, 이후 병리과와 영상의학과를 필두로 상용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음성인식 SW 시장은 연평균 16.2%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음성인식 SW 시장은 EMR을 비롯해 음성기반 수술로봇, 중증장애인을 위한 환경 제어 분야, 그리고 언어 장애 치료 등에 적용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수술실 환경 개선과 의무기록 효율화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이 목소리만으로 주변 기기를 조작 할 수 있는 환경 제어 분야에 적용하거나 환자의 음성, 단어 등을 분석해 언어 사용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언어 장애 치료, 감정 및 건강 상태 분석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음성인식 SW는 음성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간 대용량 음성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클라우드 기반 음성인식 SW를 활용할 경우 병원이 아닌 외부에서의 개인의료정보를 처리하는 문제가 규제 이슈로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 또한 병원에서 생산되는 영상·음성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고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 추진위원회 회의를 통해 핵심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빅데이터 활용 연구를 위해서는 환자 개인단위로 정보를 연계해서 결합해야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 법령상 개별 병원을 넘어 정보를 연계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같은 의료원 소속 병원이라고 해도 데이터를 각 병원 단위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화 조치한 후 연구하려고 해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연구자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정보를 삭제하는 등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장 건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