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정부가 2020년까지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을 천명한 후 관련 분야 산업 육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최종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목표 달성 시점까지 고작 6개월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의료기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4개 부처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4가지 분야 대책을 제시했다.
당시 4개 부처는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태동기 유망기술에 대한 R&D 투자 확대 ▲혁신 제품의 조기 시장진출 지원 ▲국내외 판로개척을 통한 성장기반 마련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3년 6개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정부 당국이 내놓은 산업 육성 및 발전 대책 중 체감하는 내용은 거의 드물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A업체 이사는 “청와대는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주무부처에서는 계속 총량을 늘리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상시험 의무화, 갱신제, GLP인증, UDI 등 국민의 안전성 강화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걸고 산업을 옥죄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계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단편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말고, 업계와 논의를 거쳐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히 삭제해달라는 것인데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출현하고 있으나, 각종 법령 및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B업체 이사는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의료기기 사용 후 환자나 시술자만이 문제를 알 수 있지만, 지금은 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발전에 상응하는 새로운 법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최근 의료기기 혁신법, 체외진단법이 만들어지는데도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봉착해 상당 기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기업 경영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수출 11% 늘었으나 수입도 8.3% 증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 가치 제품을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수출 효과를 경감시키는 수출입 구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2018년 의료기기 생산실적을 보면 수출은 3조9723억원으로 전년(3조5782억원) 대비 11% 늘어났다. 수입 역시 4조2791억원으로 전년(3조9529억원)보다 8.3% 증가했다.
의료기기 시장 규모의 경우 2018년 6조8179억원으로 전년(6조1978억원)보다 10% 증가하면서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률 8.1%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무역적자가 2017년 3747억원에서 3067억원으로 18.1% 감소했다는 부분에 의미를 부여했으나, 업계 반응은 다르다.
C업체 이사는 “수치상으로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지만 2017년 기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라며 “수출 규모는 30억 달러로 14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관상동맥용스텐트 등 기술력이 높은 의료기기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기술 격차를 과연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앞으로 6개월 만에 의료기기 7대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시장을 성장 시킬 수 있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피부관리실 미용 의료기기 사용, 원격진료 등 각종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점도 한계”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