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의사, 약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특히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도 같습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의약단체들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보는 날선 시선에 대한 착잡한 심정이기도 하다.
장지호 회장은 "30년 동안 논의만 해온 비대면 진료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 많은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는데 이는 의사, 약사들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의약단체와 플랫폼 업체들 갈등을 조명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관계가 된 적이 없다"며 "비대면 진료 발전을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한 달, 업계 어려움 심각"
"중개 서비스 고도화 위한 노력조차 어려운 상황"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에 따라 비대면 진료는 해당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초진은 병원에 가기 어려운 감염병 확진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없는 섬·벽지 지역 환자로 한정했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약 배송은 금지됐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진행되자 업계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설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실제 지난 5월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던 썰즈에 이어 파닥, 쓰리제이, 바로필 등도 연이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장 회장은 "지난 3년 간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해온 업계 입장에서는 발전을 위한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현장 의료진도 혼선…비대면 진료 취소 급증"
"약물 제한·플랫폼 인증제 등 일부 규제는 필요"
"의약단체와 적대적 아닌 상생 모색…소통 강화"
무엇보다 의료진 혼란이 커졌다는 게 장 회장 설명이다. 비대면 진료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온전히 의료진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대상 여부를 의료기관이 직접 확인하도록 권고했는데, 이는 진료기록부를 작성·보관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만 확인이 가능하고 플랫폼이나 환자 본인은 접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진료 접수→대상 확인→진료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원산협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이후 의료진 비대면 진료 취소율은 지난달 말 기준 40%에 달한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 비대면 진료 초진으로 약 처방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 비율은 시범사업 전 19.3%에서 7.3%로 떨어졌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 대상자가 한정되면서 진료를 요청하는 환자와 거부하는 의료기관 모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 회장은 "이용자들의 불만이 비대면 진료를 취소하는 의료진을 향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노력하는 의료진이 비판을 받는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정식 법제화 과정에서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당장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고, 시범사업이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발전적인 제도화에 대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마약류 의약품 처방 제한, 플랫폼 인증제 등 자정을 위한 규제도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순히 부작용이 없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며 "정부 주도 하에 플랫폼 인증제를 도입하면 여러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의사회, 약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가겠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던 것은 의사와 약사 등 보건의료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 같은 만큼 지속적으로 협력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