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방어진료 부르는 '업무상과실치사'
이정환 기자
2014.07.30 06:25 댓글쓰기

[수첩]업무상 과실치사죄 : 업무상 지켜야할 필요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해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죄목으로 단순 과실치사보다 형량이 무겁다.
 
업무상과실치사상(過失致死傷) 죄는 특히 사람의 생명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죄목이다.
 
그 중에서도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수술장 내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환자가 죽거나 다치게 될 경우 그 책임 역시 의사가 짊어져야함을 뜻한다.
 
지금까지 수사기관과 법원 등은 의사들이 진료의무를 소홀히 해 부당한 의료사고를 일으키거나 환자를 죽게 했을 경우 의사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법적 불이익을 가했다.
 
업무상 과실치상사죄는 의사들에게 법적으로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여, 국민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한다는 순기능을 지녔다.
 
또 상대적으로 의료사고의 피해자이자 약자인 환자 측이 이 같은 법률을 통해 부당하고 억울한 의학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예방적 안전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효가 좋으면 부작용도 큰 법. 이 죄목이 남용될 경우 자칫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를 막고 국민 건강을 해치는 법적 올가미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최근 창원지법은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급했던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은 의사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쓴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할 경우 되려 방어진료를 조장해 환자와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극적 무죄 판결을 받은 의사 A씨는 법정에서 "기도삽관을 수 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환자의 기도 구조가 특이해 삽관이 매우 어려웠고, 응급실 이송 당시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긴박한 상황 속 환자 치료에 실패한 것에 아쉬움을 표함과 동시에 최선 진료를 다했음을 주장한 것이다.
 
창원지법 재판부는 응급상황에서 의사에게 무자비한 수준의 의학적 주의의무를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이 합리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했다면 환자가 죽거나 다치는 악결과에 처하게 됐더라도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대법원은 지난 6월 환자 측 종교적 이유로 무수혈 수술을 시행하다 환자를 죽게 한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환자가 무수혈 수술을 요구했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직접적으로 법적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만큼 예리하게 손질된 양날의 검이다.
 
적재적소에 사용될 시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고 부조리한 의료기관의 증식을 미연에 방지하지만 오용되거나 남용되면 오히려 의사들의 정당 진료권을 옥죄고 환자 건강마저 위협하는 결과를 부른다.
 
수사당국은 의료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키 전, 정밀한 수사력으로 법이 의사와 국민의 목에 칼을 들이 미는 과오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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