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만만해 보였던 중국 의료기기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물량 공세뿐만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중국과학원은 최근 뇌과학 연구를 위한 14T(테슬라) MRI 개발에 착수했다. 테슬라는 MRI 촬영에 쓰는 자석의 자장 세기를 의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환자 검진용으로 사용되는 최상급 뇌MRI는 7T수준이다.
중국이 개발하는 14T MRI는 이론상 1㎛(마이크로미터) 단위 물질까지 촬영 가능하다. 기존 MRI가 촬영했던 수소 핵의 공명뿐만 아니라 뇌에 있는 신경세포에 전기화학적 신호를 보내는 나트륨, 인, 칼륨 등의 핵의 공명까지 촬영 가능해서 거의 모든 뇌 활동의 관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사실 14T MRI 개발 시도는 국내서 먼저 이뤄졌다. 세계 최초로 7T MRI 개발에 성공한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가 2010년부터 연구 중에 있다. 교육부도 2012년경 109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기존 MRI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위한 초전도체 물질 개발이 관건이다. 또한 이 자기장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도 11T 수준의 장비를 겨우 성공시킨 가운데 중국이 2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추격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의료기술 추격은 이뿐만 아니다. 얼마 전 중국의 대표 영상진단장비 제조사인 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UIH)는 북미 영상의학회(RSNA)에 참가해 MRI를 비롯해 PET-MR, CT, PET-CT 등 총 17대의 영상장비를 전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 회사는 MRI 자체 제조 및 판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연구소 운영 등 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UIH 측은 “자사의 일체형 PET-MR는 세계에서 3번째 개발된 장비며 PET-CT의 경우 30초 만에 검사가 완료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갖췄다”며 발전된 스펙을 강조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안후이 성 병원 공동연구팀이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과 함께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우수한 차세대 MRI 조영제를 개발해 영장류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내 영상장비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저가 제품으로 승부한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중국 업체들도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며 “최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하긴 어렵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