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한 의료법 개정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혜영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시행, 책임 소재 규정,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보상, 비대면 전용 의료기관 금지 등 의료계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비대면 진료 관련 갈등의 상대가 당초 정부에서 최근에는 플랫폼 업체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의료계 양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간 이견도 존재한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기자협의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보건의료 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검토하겠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혜영 의원은 의료계와 플랫폼 업체 간 갈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이번 갈등의 핵심인 플랫폼 업체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의약단체들이 일부 플랫폼 업체들을 의료법·약사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면서 갈등의 양상은 또 달라지게 됐다.
"원격의료 뒷받침 의료법 개정 필요, 의료진 아닌 환자 위한 법"
최혜영 의원은 "의료인과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위한 개정안인 만큼 플랫폼 관련 조항은 없다"며 "현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의약단체들과 플랫폼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로 인한 쏠림현상, 비대면 전용 의료기관 운영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법안 논의과정에서 반영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정안의 궁극적 목적이 ‘산업성’이 아닌 ‘환자 접근성’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방문 진료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최혜영 의원은 “도서벽지, 교도소, 군대, 원양어선 등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기 어려운 환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법안은 의료 공급자가 아닌 철저히 환자 입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급 의료기관 일부 허용 “의료진이 잘 판단할 것”
최혜영 의원은 해당 개정안이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일부 허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해당 개정안은 병원급 진료가 가능한 대리처방 환자, 회복기 재활 등 수술 후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장애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비대면 진료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중증·희귀난치질환 등 특수성으로 일차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어려운 사례 등에 대해 1회 이상 대면진료를 시행했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비대면 진료 적용 여부를 의료진의 ‘양심’에 맡긴 셈이다.
최혜영 의원은 “제한적으로 1회 이상 대면진료를 했다면 해당 의사가 판단해서 비대면 진료를 할 것인지, 대면진료를 할 것인지 정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이어 “초진은 도서벽지, 교정시설 등 대리처방이 가능한 환자로 제한했고, 재진은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 등 의료진이 인정한 경우로 국한시켰다"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업체의 재진환자 포함 요구에 대해서는 “일부 제한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나, 모든 재진환자에게까지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뒤바뀐 여야, 시민단체 의료영리화 주장 ‘공감’
최혜영 의원은 대선 이후 뒤바뀐 여야의 역할을 언급하며, 이번 개정안을 포함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 업체인 닥터나우를 후보시절과 당선 이후 각각 한 번씩 총 두 차례 방문하며 입법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현재 국민의힘이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일반적으로 법안 통과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가 관련법을 발의하는 게 유리하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가시화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 제도화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또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시민사회에서 우려하는 의료영리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영리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 주장에 공감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형병원 쏠림현상, 비대면 전용 의료기관 운영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비대면 진료가 진행 중인 만큼 해당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진행된 후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