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이 앞다퉈 보건복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정치권에 우려를 표명했다. 선심성 공약으로 신구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지만, 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정부 고위 관계자가 국회에 쓴소리를 날리는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손 차관은 28일 '30년 공직생활의 반성과 성찰'이라는 주제로 직원과의 대화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손 차관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높아진 국민 욕구와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신구세대 간 갈등을 증폭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차관은 공약을 뒷받침할만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어 노인세대를 위한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이를 부담하는 젊은 층의 부담은 커져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철학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0~2세 보육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게 맞는다는 것. 이는 최근 국회에서 전면 무상보육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힌 임채민 장관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한의계의 강력 반발을 불러온 천연물신약에 대해선 "처방권을 특정 직군에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대로 간다면 한약은 10년 이내 고사할 수 있으며 한의계의 격렬한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복지부 해명에 진땀…국회 "불쾌하지만 선거 때문에"
손 차관의 발언이 보도로 이어지자 복지부는 28일 저녁 긴급 해명에 나섰다. 복지부는 해명자료에서 "연말을 맞아 후배 공직자들과 공직생활 경험을 공유하고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최근 보건복지 행정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전문적 식견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 총괄 실무 책임자로서 복잡한 이해관계에 관한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으나, 이는 원칙에 따른 대응이 중요함을 설명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발언의 핵심은 철학을 가진 공무원의 자세였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의 당사자인 국회 측은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대선에 신경이 쏠린 모습이다. 복지위 여야 관계자는 "임기가 끝나가는 복지부 장·차관이 갈수록 국회 분위기를 살피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지난달 전문매체 기자들과 만나 "정권 말기가 되면서 복지부 최고위층에서 국회를 개의치 않아 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질의과정에서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여유가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보건의료 공약을 다듬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것으로 다만 추후 별도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