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특정 요구에 따라 대화, 이야기, 이미지, 동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의료 분야에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기술 구현이 완벽하지 않아 신중론이 유지되고 있지만 의료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도 대열에 합류하며 치열한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Harman)이 지난 13일 의료기업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솔루션 '헬스GPT'를 출시했다.
헬스GPT는 개인용 대규모언어모델(LLM)로 의료진을 비롯해 연구원 및 기관이 환자를 치료하거나 의학 연구를 수행하는데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만 측은 "헬스GPT는 임상 시험 데이터에서 우수한 통찰력을 제공해 약물 발견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헬스GPT 주요 장점은 실시간으로 상황에 맞는 임상 결정을 지원하는 능력이다. 이 기능은 의료 전문가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하만 측 설명이다.
하만에 따르면, 헬스GPT는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 원칙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의료 분야 전문가에게 검증을 마쳤다.
또 엔드투엔드(E2E) 언어 모델 미세 조정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최적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으며 고품질 맞춤형 데이터 세트를 생성하기 위한 데이터 생성 프레임워크도 제공해 성능을 높인다.
아울러 출력 품질, 사실적 정확성, 환각 및 독성을 확인하기 위한 자동화된 LLM 평가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모델 크기를 줄이고 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양자화와 같은 고급 배포 기술을 활용한다.
하만 디지털 전환 솔루션 사장이자 최고 디지털 및 정보 책임자인 닉 패로타는 “오랜 인공지능 전문 지식과 효과적인 LLM 개발 능력을 통해 고객이 어려운 장애물을 극복하고 생성 인공지능을 완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이용자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내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데이터 원본을 통한 학습으로 소설, 시, 이미지, 비디오, 코딩, 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는데 이용된다.
대화만으로 상세한 답변을 제공하는 '챗GPT(ChatGPT)'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전문가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진료 정확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구글은 올해 초 의료진과 환자 질문에 유용한 답변을 생성하도록 설계한 챗봇 '메드팜(Med-PaLM)'을 출시했다.
메드팜은 금년 4월부터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등 일부 의료기관에 도입돼 적응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엑스레이와 유방 촬영(맘모그램) 등의 정보를 종합해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도 추가하고 있다.
구글 메드-팜2 구현 예시
아마존도 지난 8월 생성형 인공지능과 음성 인식을 사용해 환자 진료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솔루션 'AWS 헬스 스크라이브'를 선보였다.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출시한 이 서비스는 의료진과 환자 간 대화 내용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진료기록을 작성해준다.
특히 미국 의료법을 준수하며 환자 진료기록을 작성하지만 고객 정보는 보관하지는 않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이 도구가 의학용어와 약물 등 구체적인 정보도 생성해 업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21년 인수한 인공지능 기업 '뉘앙스(Nuance)'를 통해 지난 3월 진료기록 애플리케이션(앱) '닥스 익스프레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앱은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실시간으로 메모하고, 오픈AI가 개발한 멀티모달 LMM 'GPT-4'를 이용해 진료기록을 생성한다.
뉘앙스는 닥스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환자당 7분의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브레인은 거대 모델과 생성형 모델을 활용해 영상의학과 의사 판독문 초안을 생성하는 'AI 캐드(CAD)'를 개발했다.
AI 캐드는 환자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나타난 증상에 대한 의사 소견 등을 AI가 대신 작성해주는 솔루션이다.
현재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영상 분석 등 본연 업무보다 판독문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이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서비스로 기대되고 있다.
네이버도 일찍이 의료 분야에 특화한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진료 사항을 의료 용어로 자동 변환해 기록하는 '스마트 서베이', 음성 인식으로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보이스(VOICE) EMR', 의무기록과 검진결과를 조회하고 분석해주는 페이션트 서머리,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등이다.
특히 지난 8월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2021년 5월 내놓은 '하이퍼클로바'를 개선한 모델로 각 산업 군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한국어에 최적화된 인공지능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활용도가 높고 의료기관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의료계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활용 방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8월 '보건의료 분야 인공지능 윤리 연구 지침'을 발간하고 연구 설계부터 데이터 생성, 모델 개발, 검증·평가, 적용 및 사후 점검 등 전 과정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소개했다.
챗GPT와 같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답하는 오류가 잦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AI 챗봇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시해 사람들을 속아 넘어가게 하는 '환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의료 분야에 활용하려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