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2018년 치매환자 수는 약 74만 명으로 2012년 54만명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치매환자는 2025년에는 100만명, 2040년에는 2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환자가 급증하면서 환자 1인당 관리비용과 국가 전체 치매 관리비용의 증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치매안심센터’ 서비스를 금년부터 더욱 확대, 강화할 방침이다. 예산은 102%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또 ‘치매안심병원 지정기준’을 마련, 전국 79개소 공립요양병원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올해부터 치매안심병원을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치매 환자에 대한 복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복지에만 치우친 치매 정책이 아닌 연구, 학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는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과 같이, 치매 분야에서도 질환을 예방 혹은 치료할 수 있는 기술과 약제에 대한 연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김승현 이사장[사진]을 만나 치매 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와 고령시대 급증할 신경계 질환 분야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Q. 정부가 치매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적정 방향성은
치매관리정책은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매국가책임제 취지는 굉장히 좋으나 치매관리는 국가가 담당한다는 문구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국가가 치매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책임제’라는 정책 구호 때문에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지만 치매관리는 개인, 가족, 사회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치매 정책은 치매에 대한 모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복지 중심 치매관리정책에서 미래지향적 예방보건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복지 중심으로 무리하게 정책이 추진될 경우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위한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치매환자와 가족, 치매 관련 종사자들과, 국고에도 많은 부담이 된다.
예산을 먼저 확보하고, 정책을 예산에 맞추는 방식은 문제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많은 전문 인력이 확보되기도 전에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동을 확대하는 등의 사업은 올바른 치매관리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역별 특성과 지역 주민들의 니즈에 맞는 치매 정책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도시는 독거노인, 저소득층, 우울증 환자가 많아 이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고, 소도시나 농어촌의 경우 고연령 환자들에 대한 니즈 조사가 선행되어 한다. ‘점수 매기기’에 급급한 정책이 현재와 같은 일률적인 정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각 지역에서 실행되는 치매 정책이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되기 보다 그 사회에 맞는 평가기준을 두는 것이 지역 사회문화를 고려한 치매정책이라고 본다.
‘어르신 돌보미 마일리지 제도’를 제안해 본다. 청소년들의 자원봉사를 활성화시켜 지역사회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데에도 도움을 받고, 봉사활동을 한 청소년들에게도 일종의 마일리지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청소년기부터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형성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고령 사회를 맞이해 치매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치매를 ‘극복’ 해야 하는 부정적 대상으로 보기 보다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환자와 시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개인·가족·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 많아"
"치매국가책임제도 오해하는데 국가가 모든 책임 지는거 아니다"
"지역 실정 맞는 정책 수립·적용·평가 필요, 일반인까지 가입 가능 등 학회 문호 확대"
Q. 그동안 국제학회 유치 및 연구활동에 기여해온 대한치매학회 올해 계획은
대한치매학회는 학술적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초기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일상예찬’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치매 환자 및 보호자들이 함께 소풍을 가고,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0월에는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고 의미를 발견하는 작가로 알려진 최정화 작가와 함께 돼지저금통, 빗자루 등의 소재로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고 옛날 이야기들을 회상하게 하여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 바 있다. 취미활동을 통해 치매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학회는 치매에 대해 신경과나 정신과 중심이 아닌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치료학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학술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의사를 중심으로 한 임상학술팀, 기초 연구를 위한 기초학술팀, 신경심리팀 3가지 분야로 나누어 학술을 세분화하고 영역을 확대했다. 본인만 원하면 의사가 아니어도 학회에 가입 가능하다. 현재는 신경과 50%, 신경심리 30%,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간호사 및 사회복지사 등이 20%를 차지하며, 치매환자를 5년 이상 관리하며 일한 사람이라면 가입 가능하다.
올해 5월 말 국제학술대회 유치에도 성공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보여주고,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젊은 연구자들의 학회 참석을 위한 장학금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신경과 의사들의 학술적 모임이 아닌 사회 전반에 녹아 들려는 대한치매학회 방향이 학회 발족 당시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학회 발족 이후 약 30년이 흐르면서 처음보다 더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20개국 이상에서 명성 있는 연자 강의를 20~30개 정도 준비한 상태이다. 점심시간에는 후원업체들의 심포지엄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치매학회뿐만 아니라 중앙치매센터, 서울치매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좌장으로 초청, 국제적인 축제의 분위기로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지난 가을학회 때는 치매국가책임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주제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치매환자·가족·의료 종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매 다양한 원인으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모여 협력해야 하는 일이다. 의료진은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보건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정부에서는 보건정책과 복지정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내 R&D 비율이 적지는 않으나, 결과물에 대한 태도가 너무 보수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치매나 노인성 질환에 대해 사회 전체가 이러한 현상을 받아들이고, 나도 언젠가는 저런 사회 현상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사회 커뮤니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