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다수의 의료 관련 학회들이 16일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등 세가지 질병 사안 거론
이들은 기존 첩약급여화 사업 반대의 주요 논거로 안전성·유효성·건강보험 재정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는데, 특히 이날은 시범사업에 포함된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등 세 가지 질병에 대해 각 의학회들이 전문적인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복지부는 세 개 질환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이달 24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에서 결정하고, 오는 10월 시행할 계획이다.
의협을 비롯해 산부인과학회·신경과학회·이비인후과학회·재활의학회·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신경과의사회·이비인후과의사회 등은 이날 오후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안전성·유효성·경제성이 불분명한 사업에 향후 몇 조 원 이상 건보재정이 소요될지도 모르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감염병 위기 극복에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의료기관 경영위기와 감염위험과 같은 삼중고까지 겪고 있다”며 “의료계를 벼랑 끝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정부에 대해 지역·직역을 막론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석한 복수 의학회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 안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월경통은 골반의 기질적인 병변이 없이 나타나는 원발성 월경통과 기질적인 병변과 동반된 속발성 월경통으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월경통의 치료 방법과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증상으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학회도 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초진을 한의원으로 갈 경우 감별해야 할 안면신경종양·두개저 종양·중추기원성 마비·R-H 증후군·진주종성 중이염 등에 의한 안면신경마비 조기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비가역적인 마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경외과학회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와 관련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이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인체 실험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숨은 의도? 의혹 제기도
한편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숨은 의도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순례 前 미래통합당 의원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청와대-대한한의사협회’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는데, 당시 그는 “한의협이 내부공익신고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자 국정감사 기능에 대한 도전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것으로 특정단체가 문재인케어를 지지하는 대신에 청와대에서 한방 첩약을 급여화 해주기로 했다는 거래 의혹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건정심 소위원회가 심층변증 방제기술료를 3만 8780원에서 3만2490원으로 6290원 인하한 것을 거론하며 “정부가 인하한 합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결국 이 금액은 특정단체에서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