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인 여성 최초의 미국 스탠퍼드대 종신교수로 주목받는 뇌과학자 이진형 교수가 14일 향후 10년 안에 치매와 자폐 등 5개 뇌 질환을 정복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이날 보건복지부 주최 '메디컬 코리아' 기조연설에서 "간질과 치매에 관한 설루션(치료법)은 이미 완성했고, 파킨슨병 원인을 밝혀내 치료법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아이폰에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쓰듯 (환자들이) 다양한 뇌 질환과 그에 대한 치료법이 담긴 앱을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70년대만 해도 1만명 가운데 1명꼴인 자폐 질환이 지금은 36명 가운데 1명꼴로 급증했다"며 "치료제 한 개를 개발하는 데 1조원을 투입하는 등 많은 투자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학·생명공학과 교수인 그는 2019년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NIH 파이어니어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뇌신경과 헤모글로빈의 농도 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게재됐고, 이후 뇌 질환 연구와 뇌 회로 분석, 뇌 건강관리 등 연구를 확대했다.
2013년에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엘비스(LVIS)를 창업했다. 엘비스는 서울에 이어 최근 대구에 사무실을 오픈했다.
이 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뇌 질환으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최근 10년간 큰 투자를 해왔다"며 "그런데도 그런 증가세를 꺾을 수 있는 기술이 하나도 개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치매 치료 약물이 매년 1개씩 승인을 받았지만,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고, 부작용도 많은 탓에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이처럼 뇌 질환을 정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뇌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먼저 이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치매 환자가 병원에 가면 설문지를 작성하고 의사와 질의응답을 나누는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뇌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해 15년 전부터 환자의 뇌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는 복제본 격인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이어왔다"며 "이를 통해 뇌가 다른 세포나 유전자와 어떻게 교류하는지 등을 분 단위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덕분에 상상하는 수준에 그쳤던 뇌 활동을 체계적으로 시각화해서 의사와 환자가 함께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 1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현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일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있는 의사가 벽지 지역 환자 데이터를 확인하고 원격 치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용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궁극적으로는 개개인이 집에서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기조연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회사를 창립한 이후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시간'이었다"며 "그래도 많은 연구가 발전되고 여러 숙제도 해결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10년은 더 빨리 기술이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그 안에 치매를 비롯한 5대 뇌 질환이 정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가 말한 5대 뇌 질환은 치매, 불면증 등 수면 장애, 파킨슨병, 자폐, 간질이다.
그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뇌 질환이라는 궁극적인 문제가 남았다"며 "뇌 건강은 고령화 시대에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득이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헬스케어: 장벽없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탐색'을 주제로 중국, 몽골, 파라과이, 투르크매니스탄 등 세계 의료전문가들이 참가한 이번 콘퍼런스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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