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거센 반발…원격의료 향배 촉각
쟁점사항 적지 않아 난항 예고…공은 입법부로 넘어가
2013.10.29 20:00 댓글쓰기

[분석]원격의료는 진료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로 읽힌다. 제도 도입 시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대면할 때만 가능한 현 시스템은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료법이 제정된 1951년 이후 62년 만의 대대적 변화다. 원격의료가 의료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일차의료 활성화와 국민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원격의료 제도화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쟁점은 무엇인가 


복지부가 밝힌 원격의료 추진 사유는 국민 편의성 제고와 일차의료 활성화, 관련 산업계 발전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원격의료 대상은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만성질환 재진환자와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과 교도소 등으로 한정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도 대상에 포함했다. 이중 일부는 초진을 허용했다.

 

정부 안대로라면 원격의료 대상자는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의사로부터 화상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전화 등 이동통신기기를 활용한 진료도 가능하다. 원격의료 대상자의 다수인 만성질환자를 재진으로 한정한 만큼 무차별적인 진료 이동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자에게 처방전을 먼저 보내고 동의를 받으면 의원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자처방전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약국이 환자에게 약을 보내는 것은 계속 금지된다.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일차의료 활성화와 연계한 것은 공급체계를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성질환자와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격의료가 의료원급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환자가 원격의료를 받으려면 게이트웨이(환자의 혈압과 혈당 등을 병원으로 전송하는 장치), 스마트폰 등의 기본적인 기기를 갖춰야 한다. 의료기관도 기본 설비를 갖춰야 함에 따라 관련 의료기기업체 등의 성장과 해외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전 세계 원격의료시장 규모는 2011년을 기준으로 116억달러(14조원) 규모다. 오는 2016년에는 273억달러(3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전망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환자 편의성의 경우 의사와 환자 간 대면과 촉진을 통한 정확한 진료를 방해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한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을 등한시해 건강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의료정보 유출 등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일차의료 활성화에 대해선 "의원급 의료기관 간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계 발전은 역으로 환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반론이 많다. 예컨대 노인 1명이 원격의료를 받으려면 수십 만원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므로 환자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장 또는 제조업 활성화 정책'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의 원격의료 추진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면서 "제도 도입 시 파업 등을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법 개정, 야당 반대로 비관적


복지부가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원격의료 허용을 위해선 의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원격의료 허용 여부는 전적으로 국회 선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부는 이미 국회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주 국회를 방문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를 집중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권 국장은 이 자리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원격의료를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의료법 개정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게 국회 안팎의 분위기다. 민주당의 반대가 워낙 확고하다.

 

민주당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지적한 내용이 의료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추진과 기획재정부 등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야당의 시각은 다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야당이 원격의료에 찬성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복지부 관계자를 만나서도 이 같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에도 원격의료 반대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확인시켰다"며 "논의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복지부 "법안 내용 잘 봐달라"


복지부는 의료계와 지속해서 협의를 이어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이 29일 발표한 성명에 대해선 "법안 내용을 잘 봐달라"며 의료계의 주장을 수용하진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상한 결과다. 계속해서 설득하겠다"며 "의료단체와 함께 논의하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 개정이 우선이다. 법 개정 후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령 등을 통해 규정할 것"이라며 "세부 내용은 의료계와 논의해 결정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이 환자에게 전자처방전을 보내고 동의를 별도로 받으면 약국에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약국을 방문한 환자나 보호자가 약을 수령할 수 있다"며 "의료법 제18조에 규정했고, 현재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약국이 환자에게 약을 보내는 것은 금지 대상"이라고 했다.

 

전자처방에 적용하는 의료기기 범위에 대해선 "정해진 건 없다. 전화기는 이동통신이므로 역시 허용된다"며 "다만 무한정 허용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차차 논의가 있을 것이다. 환자가 원격진료를 받으려면 게이트웨이 등의 장비를 자비로 갖춰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정 횟수로 원격의료를 받으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토록 제한을 둘 것이다. 이는 급여 구조로 들어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원격의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 개정안을 잘 살펴봐 주길 바란다. 2010년도 안과 비교하면 의료계 입장을 반영했다"며 "업계 충격을 최소화하고, 일차의료 활성화를 목적으로 했다. 의료계와는 협의체 등의 방식으로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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