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일반의약품과 한약제제 판매를 두고 약사와 한의사 간 직역갈등이 장기화되자 종주단체들이 “이 참에 명확한 업무범위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섰다.
약사와 한약사 업무범위를 둔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통합약사 제도로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20일 약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최근 ‘한약 TF’를 조직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 한약사 제도에 대한 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고 대응방침을 정하겠단 계획이다.
그동안 약사회는 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한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 국민청원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반의약품 판매를 포함한 한약사 개설약국의 불법행위가 심각하다’며 실태조사에 나서고 홍보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약사들은 홍보 포스터를 부착한 약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서 양측의 골은 깊어졌다.
첫 TF회의를 진행한 약사회는 한약사 개설 약국과 약국의 명확한 구분이 이뤄지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해나가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할시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정했다.
약사회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대한한약사회(이하 한약사회)도 대처에 나섰다.
한약사회 임원진은 최근 보건복지부를 찾아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신임 한의약정책관인 오진희 과장을 포함해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를 만났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약사회는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협회 입장을 피력했다.
약사회 주장처럼 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을 판매 수 없다면, 반대로 약사 또한 갈근탕과 같은 한약제제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약사 업무범위를 보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방법 중 하나로 약사와 한약사의 확실한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복지부는 아직까진 약사·한약사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서면질의를 받은 복지부는 “약사와 한약사 면허를 분리해서 제도화한 목적에 맞도록 업무범위 구분에 대해서 유관부서와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복지부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은 통합약사 제도로 정책이 향하게 될 거란 시각도 있다. 한약사 제도 본래 취지인 한방 의약분업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8월 열린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에서 "첩약이 급여화되면 한방 의약분업이나 약사일원화 둘 중 하나는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1월부터 시작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서도 한의사와 한약사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업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