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급여화 후 수가 조정이 정답'
김용익 의원 '의료계와 위태로운 연대라도 의미 있어'
2014.01.23 20:00 댓글쓰기

김용익. 그의 이름을 빼고 한국 의료사를 논할 수 없다. 특히 의료 규제 완화에서 그의 역할은 분명했다. 이런 탓에 사안에 따라 정치권이 정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의료계는 그의 존재를 반길 수만은 없었다. 점차 굳어져 가던 이 지형을 흔든 것은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다. 그 후 민주당 의료 영리화 저지 TF 위원장을 맡은 그의 한 손을 의료계가, 나머지 한 손을 시민사회단체가 잡고 있다. 다소 생소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그들의 가치연대 속,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용익 속내는 무엇일까. 23일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의료계와 가치연대를 맺었다. 위태롭게 보는 시선도 있는데

 

A. 위태로운 연대라는 점은 인정한다.하지만 보건의료단체와 야당이 연대체를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의약 5단체가 그 이전에 사항에 대해 연대한 일이 있었나.거기에 보건의료노조가 붙고, 민주당까지 합세한 상황이다.약한 고리는 있지만 분명 의미가 있다.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하면 단체 간 이견이 생길 수 있다.우리 모두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고 있다.이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의료계도 이런 경험을 통해 야당과의 벽을 허물 수 있다고 본다.

 

Q. 의-정이 협의에 들어갔다. 수가 10% 인상설이 있었는데

 

A. 이 연대를 섣불리 벗어나는 것은 대한의사협회에도 좋지 않다.지금의 상황에 대한 무마용으로 수가 인상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잠깐의 수가 인상이 의료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가로 의료계를 컨트롤 한 전례가 많이 있다.  복잡한 사안일수록 정공법을 써야 한다.이전까지 파업 등 의협 주장에 대한 여론은 극단적 증오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협이 옳다는 여론이 대세다. 의협이 국민의 편에 서서 투쟁하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의협의 이 같은 경험은 좋은 학습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의협이 파업에 들어간 다해도 여론은 아마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다.하지만 파업은 막아야 한다. 국회에서 조율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여론을 이끌려는 보수 언론의 공격이 만만치 않다

 

A. 관련 내용이 발표되기 전, 노환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의협이 영리화를 반대하면 보수언론의 공격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영락없이 그렇게 되고 있다. 총자본과 의료자본이 같은 편에 선다면 의료자본을 옹호하지만, 총자본과 의료자본이 엇갈리면 보수언론은 당연히 의료자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보수언론 입장에서는 IT와 통신기기들로 돈벌이를 해야 하는데, 의사가 반대하니 “의사 이기주의니, 진심은 수가니” 하며 일종의 ‘망신주기’로 논조를 잡아가는 것이다.여기에 의협이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수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Q. 수가 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는지

 

A. 전면 급여화 후 수가를 재조정하는 방법이 해답이다.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만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렇게 되면 정부가 수가 인상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의료기관을 망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저수가 체계가 유지돼 온 것은 비급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보체계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간질하는 구조다. 수요자는 의료기관이 바가지를 씌었다고 생각하고, 공급자는 건보 수가가 낮으니 비급여를 안 할 수 없다. 결국, 정부 정책 잘못으로 모든 욕은 의료기관이 뒤집어쓰는 것이다. 비급여를 그대로 두고 수가 올리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것도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수가 인상으로는 제자리걸음이다.

 

Q. 원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는데

 

A. 경제적으로 원가를 계산해서 되는 게 아니다. 수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학적인 경과다. 다시 말하면, 젊은 의사들이 소아과 산부인과를 기피한다. 그게 수가가 낮다는 증거다.  의료 인력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임채민 전 복지부 장관 시절, 신생아 집중치료실 수가를 엄청나게 올렸다. 그 후로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200병상 늘었다고 한다.  관련 젊은 의사도 늘어나고 있다. 가격이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Q. 원격의료에 대한 생각은

 

A. 원격의료 전문병원 설립으로 동네의원들이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격의료 전문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정기적으로 대면진료를 받게 하는 등 수정안을 냈다.하지만 이 정도로는 편법을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의원 설립한 뒤 별도로 콜센터를 둘 수도, 의사를 다수 고용해 전문병원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의사 100명 고용한다고 현행법에 저촉되나.또한 원격진료를 활성화하려면 현재의 재진수가로는 턱없다.결국 수가를 인상해야 할 것인데, 원격진료하자고 수가를 인상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Q. 2월 국회를 앞두고 있다

 

A. 의료영리화가 2월 국회의 중점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다. 일단 현안보고나 질의는 당연히 이뤄질 것이고, 법 개정안이 나오면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정부가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위임조항을 과다하게 해석한 것이자 입법부를 무시하는 처사다.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계속 밀어붙인다면 법정 분쟁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Q.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시절의 정책을 문제 삼고 있는데

 

A. 새누리당은 해당 정책들이 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논리를 내놓고 민주당과 겨뤄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의료영리화가 아니다, 괴담에 불과하다, 참여정부 때도 했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제발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Q. 지금의 논란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A. 당연하다. 지방선거에서도 의료 영리화는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물론 야권에 유리할 것이다.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추진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기초연금의 경우 7월 시행으로 데드라인이 있으나, 영리화 정책은 그렇지 않다.영향을 피하려면 정책 추진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출 것이다.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하지만 새누리당에 논의를 연기시킬 재량권이 있는지 의심된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꺼낸 정책이 아니다. 새누리당도 힘들 것이다. 복지위 의원들 얼마나 피곤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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