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원하는 부위 줄기세포 유도 신약 개발
줄기세포 끌어들이는 염증 작용 연구···생쥐 실험서 효능 확인
2020.11.26 08:24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치료가 필요한 손상 조직으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신약 후보 물질을 미국 샌퍼드 번햄 프레비스 의학 발견 연구소(SBP)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SBP 줄기세포 재생의학 센터의 에번 스나이더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977년에 캘리포니아 라호야에 설립된 SBP는 미 국립 암연구소(NCI) 지정 암센터와 줄기세포 재생의학센터 등을 갖춘 비영리 독립 연구·교육기관이다.
 

2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발견은, 현재 의술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영구적 척수 손상,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SL·루게릭병), 뇌졸중 후유증 등을 치료하는 줄기세포 재생 의학의 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거로 보인다.
 

이 센터 소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스나이더 교수는 "신체 기관의 특정 부위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건 재생의학의 성배와 같다"라면서 "원하는 부위로 줄기세포를 유도해 집중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데 사상 처음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SDV1a로 명명된 이 신약 후보 물질을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생쥐 모델에 투입해 손상된 독성 세포가 사라지는 걸 확인했다.

스나이더 교수팀은 15년 전 염증이 줄기세포를 끌어들인다는 걸 처음 알아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염증은 인체 내 어디선가 조직에 손상이 생겼다는 걸 알리는 '화재 경보'와 같다.

하지만 염증은 대체로 몸에 해롭기 때문에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를 유인하는 데 이용하긴 부적절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다른 각도에서 줄기세포 유인 도구를 탐색해 왔다.


만성 척수 손상이나 뇌졸중같이 초기 염증 신호가 어느 정도 약해진 질환, 또는 심장병처럼 염증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밝혀지지 않은 질환 등을 잠재적 표적으로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게, 복구가 필요한 부위로 치료용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CXCL 12라는 염증 유발 분자다.

이번에 공개한 신약 후보 물질 SDV1a는 CXCL 12를 보완해 개발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CXCL 12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잘라내고 다른 장점은 최대한 키웠다.
 

그 결과 SDV1a는 염증 신호를 최소화하면서 손상 부위에 달라붙는 줄기세포의 결합력을 강화하는 효능을 보였다.

또한 원하는 부위면 어디든지 염증 걱정 없이 주입할 수 있다는 것도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유전성 중추신경 질환인 샌드호프병(Sandhoff disease)이 생긴 생쥐의 뇌에 SDV1a와 함께 인간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자, SDV1a의 도움을 받은 줄기세포가 손상 부위로 이동해 치료 기능을 수행했다.

이렇게 치료받은 생쥐는 발병이 늦춰져 더 장기간 운동 기능을 유지했고 더 오래 살았다.
 

이런 생쥐는 또한 염증이 전혀 생기지 않았고, 이미 생긴 염증도 줄기세포에 의해 억제됐다.
 

스나이더 교수는 "흥미롭게도 CXCL 12와 그 수용체인 JK1은 중증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특징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과도 연관돼 있다"라면서 "정상적인 여타 과정을 건드리지 않은 채 선별적으로 염증을 억제하는 우리의 통찰은 그 영역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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