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정장 입고 침묵시위 벌인 예비의사들
5일 임채민 장관 고대 특강,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 흰가운 입을 자신 없다'
2012.06.05 20:00 댓글쓰기

"흰 가운 입을 자신이 없다. 포괄수가제(DRG)는 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임에도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도입을 강행했다.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포괄수가제 도입에 신중을 기해 달라."

 

포괄수가제 시행 저지를 위한 반발 움직임이 전 의료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의료계의 첫 실력 행사로 예정된 9일 대한안과의사회 궐기대회를 앞두고 의대생 등 예비 의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5일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대강당에서 열린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특별 강연장 앞에서 의대생 70여명은 포괄수가제 시행 저지를 위한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생들 순수한 진정성 밝힐 수 있는 계기 차원서 진행"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주최한 이번 시위는 피켓이나 확성기 없이 진행됐으며, 참석자 70여명은 모두 검은색의 옷을 맞춰 입고 임 장관의 특강이 끝날 때까지 강당 앞에서 침묵하는 형식을 취했다.

 

또한 한 시간여 걸친 임 장관의 특강 종료와 동시에 침묵 시위를 끝내고 의대협 의장의 이름을 내건 자필 공개서한을 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

 

의대협 남기훈 의장은 "학생들의 순수한 진정성을 밝힐 수 있고 전국 의대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며 "편지 내용 및 전달 방식은 대의원총회에서 의견 조율을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포괄수가제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논의해왔다"며 "마침 복지부 장관의 특강 소식에 의대협 의장 이름으로 서한을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포괄수가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내부적인 고심도 많았지만 현 실태에 대한 의대생들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표하기 위해 이번 시위를 결심했다는 입장이다.

 

남 의장은 "의사들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화났고 실제 의사들의 영향력이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의대생들은 현재 포괄수가제 등으로 복잡한 심정이다. 서로 소통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서한 임 장관에 직접 전달 '무산'

 

피켓이나 확성기 등이 없는 묵념 형식이기에 조용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위였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여 동안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복지부 측은 물론 임 장관을 초청한 고려대 일부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시위 방식과 서한 직접전달 방식을 놓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재에 나선 일부 교수 등은 학생들과 대화를 가졌다.

 

박건우 교수는 "의료계 실태 때문에 학생들이 이렇게 나선 게 마음 아프다"며 "어떤 의도인지 이해는 가지만 의료계에 소속된 우리 스스로도 너무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문제를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다.

 

고려대학 관계자는 "왜 당신들이 가운 입을 자신이 없는지를 장관한테 말하느냐. 장관은 이미 강연장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이러는지 다 보고받은 상태"라며 "굳이 서한을 장관에게 직접 전달할 필요가 있냐"면서 직접 전달 방식에 난색을 표했다.

 

 

복지부도 임 장관이 향후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예정해놓은 가운데 의대협 서한을 직접 수령할 경우 여타 단체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강의하는 곳마다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의대협의 공개서한 전달은 복지부 장관한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닌 부대변인을 통한 간접 방식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부 "의대생 전달 뜻 무엇인지 파악해 보겠다"

 

냉랭한 분위기 속의 현장과는 달리 임채민 장관은 다소 침착하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임 장관은 특강을 위해 강연장에 들어설 때도 신속히 움직였으며 강연장 도착 직후에도 학교 관계자들과 인사 및 담소를 나누며 자리에 착석했다. 강연장 밖의 이야기는 특별히 나누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강이 끝난 후에도 임 장관은 "장관님 의대생 대표 남기훈입니다. 편지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서…"까지의 언급만 들었을 뿐 남 의장과 마주치지 않은 상태로 30초 만에 강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장관에게 직접 전달키로 계획한 서한전달은 무산됐고 우여곡절 끝에 남 의장은 복지부 부대변인을 통해 서한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뜻을 모은 것인데 장관에게 전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오늘 시위에 대한 장관의 언급은 따로 없었다. 다만 정부도 의대생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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