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대상으로 무료 한약지원에 나선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확진자를 돌보는 의료진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생활치료센터 중 일부가 한의협이 보낸 무료한약이 담긴 소포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의협은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무료 한의진료 지원을 시작했다.
자원봉사를 나온 한의사들이 전화로 문진한 뒤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한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대구 상담센터를 개소한 이후 반응이 좋아 최근 서울 상담센터의 확장 운영도 시작했다. 예진실(한의대생)과 초진실(한의사)을 합쳐 기존 28개 회선이 운영되던 것을 50개로 늘렸다.
한의협에 따르면 전화상담센터의 3월 9일~4월 5일 누적 초진환자수는 1천497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생활치료센터의 일부 의료진들이 센터로 보내진 한약 수령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물론 이들 의료진에도 이유가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를 돌보는 주치의가 한약 성분을 정확히 모를 뿐만 아니라 의과치료와 한의학 치료를 병행할 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의협이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처방하는 ‘청폐배독탕’의 경우 해열에 효과가 있어 퇴소를 위한 체온 측정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료진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자들도 있어 생활치료센터에선 의료진과 환자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도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한의협은 “중국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중의치료가 포함된 진료 방안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며 “생활치료센터에 입소 중인 환자들로부터 ‘의사 강압으로 한약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들려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생활치료센터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약 수령을 원하는 환자들이 있어 소포 발신인명을 협회가 아닌 개인으로 바꿔서 보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지원에 나서고 있단 것이 한의협의 이야기다.
생활치료센터에서 한약 수령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한의협은 자체적인 실태파악에 나섰다.
한의협이 파악한 생활치료센터 35개소 중 14개소는 한약 택배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협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센터에서 받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 대구 경북 지역 검체채취 자원봉사에 한의사들이 배제된 일이 있었는데, 협회와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시작한 지원책마저 원활하지 못한 실정으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의협의 전화상담센터와 무료 한약지원은 온전히 회원들이 모은 코로나19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억8000만원이 모였는데, 무료 한약지원에 필요한 한약재 구입에 일 500만원이 넘게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무료 한약을 보내는 한의협과 이를 거부하는 생활치료센터 중 어느 한 쪽을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는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고 관련 부처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코로나19 관련해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방침을 정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의과 중심의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의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은 정말로 고마운 일이지만, 이 같은 방역당국 방침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