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경기 안산시 소재 종합병원 중 최대 규모인 한도병원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도병원은 고대안산병원과 함께 안산시에서 단 두 곳뿐인 지역응급의료센터로, 법정관리 이후 응급실을 폐쇄하면서 이지역 응급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병원계에 따르면 안산 한도병원을 운영하는 대아의료재단은 지난 6월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난 2006년 개원한 안산 한도병원은 450병상 규모의 입원실과 11개 전문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법정관리를 받는 현재 병원은 응급실과 입원실은 폐쇄했으며, 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를 제외하면 외래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500명이 넘던 의료진과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대아의료재단은 지난 수년간 과도한 대출과 잇단 사업 실패로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검진센터 개설 사업이 수포로 돌아갔으며, 형제병원인 시흥한도병원의 적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한도병원의 환자는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년 8월에는 입원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병원이 일부 폐쇄되기도 했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결정하기 전에 대아의료재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부 자산을 처분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려 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도병원의 이같 은 소식에 지역 의료계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안산시의사회 관계자는 “안산시에선 오래됐고, 병상 수도 450병상이나 되는 고대안산병원 다음 가는 큰 병원이었다”며 “끝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안산시 의료체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안산시가 작은 도시가 아닌데, 두 개 뿐인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하나가 폐쇄되면서 응급환자 대책이 상당히 걱정된다”며 “지역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여의치 않으면 지역응급의료기관 전환이라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안산시 보건소에 따르면 현재 한도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유예된 상태다. 1년 내 응급실 운영을 재개하고 인력기준을 맞추면 다시 지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시작할 수 있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2명 이상의 응급실전담전문의를 포함해 4인 이상 전문의와, 10인 이상 간호사가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도병원의 경영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도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의사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월급을 받지 못한 몇몇 의사들이 채권단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병원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아직까지 임금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고 말했다.
한도병원은 현재 최소한의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과 대아의료재단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공공병원으로 재탄생”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건의
한편, 한도병원의 공백을 걱정하는 지역계도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한도병원을 경기도의료원 산하병원으로 되살리자는 것이다.
안산희망재단, 안산YMCD,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결성한 ‘(가칭) 안산시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안산시민추진위원회’는 최근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보냈다.
안산시 대학병원 유치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공의료 시설 확충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이러한 의견을 먼저 내놓은 이천환 안산희망재단 이사장(한사랑병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지자체 차원에서의 공공의료시설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경기도는 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기에 제안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신규 공공의료시설을 설립하는 데 적게 잡아도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병실이나 장비 등 충분한 시설을 갖춘 한도병원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공공의료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한도병원에서 근무하던 의료진들이 우리병원에도 많이 근무하고 있다. 작지 않은 병원이었던 만큼 기자재 인프라가 훌륭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며 “지금 수도권에 부족한 격리병동도 어렵지 않게 조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론 전례가 없고,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중소병원들 입장에선 경영난에 처한 민간병원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투자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공공의료를 확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의견을 전달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이 같은 제안에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