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강원도가 원격의료를 위한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자 의료계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의료계 합의가 없이 이뤄진 사업”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의계는 원격의료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기대감이 높은 예방의학이 원격의료 방식에 적합할 수 있으며, 또 첩약을 통한 치료 비중이 높은 한의진료에서 투약 후 정기상담을 원격으로 관리해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한의계의 이야기다.
지난 25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철회하지 않을시 ‘전국의사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을뿐더러 의료에 대한 산업적·기업적·영리적 접근이라는 이유로 줄곧 반대 여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의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양의계에 비해 높고, 한방치료에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한의사들도 많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진료, 의료영리화,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같은 원격의료의 문제점은 양방계와 한방계가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사안”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한의계에서는 기술발달에 따른 원격의료 도입에 보다 적극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들이 원격의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환자의 직접 방문이 필수적이지 않은 일부 한방치료에서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기간 투여가 이뤄져야 하는 첩약치료 중 주기적인 점검을 위해 매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중간 점검 진료는 원격의료로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첩약을 처방받는 환자들이 투약을 받는 도중에 전화로 상담하는 경우의 연장선상이란 것이다.
한약 처방은 원격 진료를 통해 증상에 따라 비교적 안전하게 약을 조절할 수 있는 IT를 이용한 의료시장에 손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 한의학의 강점인 예방의학에서도 원격의료가 적합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생활요법, 수면요법, 양생법 등을 원격의료로 진료할 수 있다”며 “일상 속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 치료에서 의원을 빈번하게 방문해야 하는 환자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의계에서는 그간 원격의료와 한방치료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적잖게 있었다. 지난 2013년 충남 당진보건소는 운영비 1000만원과 한의사 2명 등을 포함한 진료인원 10명을 투입해 ‘한방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또 지난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3년간 75억 원을 들여 '한의학 기반 생활습관 관리 앱과 진단기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인이 건강 단말기를 통해 생체 지표를 측정하고 전송하면, 민간기업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피트니스센터나 한방 병원을 연계하는 사업모델이었다.
젊은 한의사들 역시 관심이 높다. 지난 2017년 상지대학교 한의대학생들은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주최한 ‘2017 KIOM 글로벌원정대’에서 ‘한의학의 원격의료 활용 방안 탐색’ 과제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수상 인터뷰에서 “원격의료는 환자를 항상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의학의 강점인 예방의학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의료환경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딱 맞는 건강관리방법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의협 관계자는 “의치한의계 중 한의사 평균 연령대가 제일 낮은 만큼 새로운 기술 도입에 관심이 많고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의점이 있지만, 한방발전을 위한 기술접목에 대한 관심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