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보톡스 진료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자 일선 의료현장의 여론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대해 부당성을 주장해온 의사계는 충격에 휩싸인 한편, 치과의사계는 ‘안면 영역에 대한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며 대법원 판결에 환영하고 있다.
21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정모씨(48)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치과의사의 보톡스 진료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무죄 취지의 원심 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선 1심, 2심에서는 대법원과 달리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의료계 "대법원 판결 유감, 면허체계 혼란 야기"
판결 직후 의사들은 허탈감을 내비치며 우려섞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참관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추무진 회장은 선고 직후 어두운 표정으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추 회장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 이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라며 유감을 드러냈다.
또 의협은 성명을 통해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분명하고, 더욱이 관련 교육과 수련의 정도, 전문지식 및 경험에 있어서 차이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안면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권이 걸린 문제인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법에 근거한 규범적 판결을 하지 않고, 정치적 및 정책적으로 판단해 의료면허 경계를 사법적극주의로 허물어버렸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판결로 인해 의료면허체계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라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면허체계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황당하다”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로 인해 부작용 등이 나오면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고 밝혔다.
한 의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의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해도 되겠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의협은 “결국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한다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 그리고 한의사의 면허범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관련한 법을 명확히 개선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치과계 "치과의사 전문성 결정이고 면허범위에 대한 결정"
반면, 치과계는 대법원 판결 직후 승리감을 드러냈다.
대한치과협회(치협) 최남섭 회장은 “그동안 치과의사들이 학교에서부터 열심히 공부한 과정을 인정한 대법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치협은 “안면에 대한 미용술식 적용을 두고 왜곡된 사실로 치과진료행위를 위축시키려는 의사단체의 시도에 대해 대법원이 안면 영역에 대한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판결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대한 결정”이라고 피력했다.
김종열 치과 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범치과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치과의사들이 이와 같은 시술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 의미있는 판결”이라며 “국민들이 양질의 전문적인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계가 협진의 아름다움을 창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개변론 당시 치협 측 참고인이었던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치과의사들 역시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부작용이 없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보톡스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신중을 기하고 노력해야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과 치협의 보툴리눔 톡신 시술 논란은 지난 2011년 눈 주위와 미간 주름치료를 위해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의사 정모씨가 검찰에 기소되면서 촉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