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문제 안됐던 '진료기록부' 법정으로…
2011년 의료법 개정 이후 관련 행정처분 소송 증가
2015.05.18 20:00 댓글쓰기

환자에 대한 모든 기록이 담겨 있는 ‘진료기록부.’ 

 

기재와 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지만 허위 작성, 일부 내용 누락 및 삭제 등에 따른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년(2010~2014)간의 행정처분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진료기록부 관련 문제를 포함해 7가지 유형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중 ‘진료비 거짓청구’는 전체 7가지 유형 중 19%, ‘진료기록부 관련’이 18%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의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하는 소송도 늘고 있다.

 

진료기록부 관련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1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진료기록부 상에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고의로 추가하거나 기록을 수정하고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 등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행정처분에도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진료기록부에 대한 부주의한 습관, 불성실한 태도도 화근이 되고 있다.

 

간호기록부, 검사기록지, 수술기록지 등을 분리하지 않고 작성한 경우 법원은 이를 반영해 병원에 불리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박재홍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진료기록부를 고의를 갖고 악의적으로 유리하게 작성하는 경우와 진료기록부를 제때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T병원 김 모 원장은 “바쁜 진료 업무로 인해 진료기록부를 제때 작성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고의성이 없음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체로 보건당국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고한경 변호사(법무법인 나무)는 “형사처벌 과정에서 허위기재 등에 관한 범죄 사실이 인정된 후 행정처분이 내려지므로 소송에서 의사의 패소율이 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및 부실관리 문제는 행정처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 하나하나가 알려지면서 병원 및 진료기록부 자체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감시감독 없이 의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진료기록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환자 측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조작 및 은폐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진료기록부 관련 위법 행위 및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감시 및 개입, 또는 법적으로 정형화하는 등 한계를 짓는 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병원 규모 별, 진료과별 현실과 특성이 다르므로 하나의 방식 및 체계로 규격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제3자가 진료기록부 관리에 개입할 경우 악용될 소지도 있을뿐더러 의사의 진료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박재홍 변호사는 "진료기록부를 법적으로 체계화하고 표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의사의 진료권, 환자개인정보보호, 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정형화된 전자의무기록(EMR)프로그램을 공급하면 어느정도 표준화된 기준과 관리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EMR개발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문제 등으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과 병원, 의료인단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예방 및 자정기능이 작동돼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고한경 변호사는 “법적 장치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교육 및 수련과정을 통해서 예방하고 의료인단체에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방식이 더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진료기록부는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과실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이라며 “진료기록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려는 의료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