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 치료 아닌 병(病) 얻는 곳 된 의료기관
메르스 사태로 의사-환자-보호자 신뢰감 '상실'…경유지 미공개로 속앓이
2015.06.15 20:00 댓글쓰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병원과 환자의 ‘신뢰’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신뢰감 상실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병원’이 감염의 주된 경로로 밝혀지면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병원에 가면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까지 메르스 감염유형을 보면 내원환자가 70명(47%), 가족 또는 방문객 54명(36%), 의사·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가 26명(17%)으로 나타났다.

 

즉, 확진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감염됐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병원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가 50% 이상 급감하고 진료 및 수술 예약 부도율이 70%에 육박하는 현상은 메르스 사태가 빚은 슬픈 단상이다. 이에 따른 병원들의 경영난 가중은 부연이 필요없을 정도다.

 

병원이 병(病)을 치유하는 곳이 아닌 병(病)을 얻는 곳으로 전락하다 보니 국민들은 아예 발길조차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보다 못한 정부가 ‘국민안심병원’이라는 유례없는 감투까지 만들어 국민들을 회유하고 있지만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일선 병원들의 고충도 적잖다. 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은 차치하고라도 원내 감염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대부분의 병원들이 출입구에서 모든 내원객을 대상으로 문진과 발열 상태를 확인하는 등 추가 감염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유지를 묻는 질문에 사실과 다르게 답변을 하고, 정작 진료실에서 감염병원 경유 사실을 털어 놓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하면서 병원들을 당혹케 만들고 있다.

 

감염병원 경유나 의심자 접촉 사실을 얘기할 경우 진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로 인해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는 산모가 삼성서울병원 경유 사실을 숨기고 진료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병원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병원은 해당 산모의 원내 동선을 따라 접촉 가능성이 있는 의료진 등을 모두 격리조치 하고 소독을 실시했다. 다행히 이 산모를 비롯해 의료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 전문병원 고위 관계자는 “환자들은 병원을 무서워하고 병원은 환자를 못미더워하는 상황”이라며 “양측의 신뢰가 불신으로 바뀐지 오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감염병원 경유 사실을 숨기는 환자들이 여간 야속한게 아니다”라며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솔직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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