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신혜정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의사
2015.08.16 20:00 댓글쓰기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찬 기운이 감돈다. 메르스는 이제 여름의 한바탕 소동처럼 기억에서 빠른 속도로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도 급격히 줄었고 메르스에 대한 질문조차 거의 없다.

 

병원 입구에서 하는 발열 감시 정도가 남아 있는데 이젠 그마저도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어쩌면 대중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조금은 철 지난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들은 메르스 후유증을 상당기간 앓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에는 메르스 대책본부가 즉시 꾸려졌고 나는 기획반 일을 하면서 안전지침을 만들고 순응도 조사를 실시하는 일에 관여하면서 분주한 날들을 보냈다.

 

실무 대응지침이 만들어졌고 그에 준한 안전지침을 만들고 나면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실무대응지침의 내용이 버전 업 되면서 안전지침 또한 숨 가쁘게 업그레이드 돼야 했다.

 

환자 재실 기간 중, 그리고 퇴실 시 및 소독 후 바이러스 검출 검사를 병행 했다. 모든 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 특히 병원 직원의 감염이 문제시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지침과 순응도 조사를 통한 피드백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결과적으로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직원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고 개인적으로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실무대응지침이나 안전지침이 미리 만들어져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컸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고 나니 이젠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국립중앙의료원 전신인 국립의료원 시절부터 14년간 근무하면서 병원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는 처음이었다. 한마디로 태풍의 눈 속에 있었다고 해야 할까? 한번 겪어보니 이젠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한 치만큼의 경험이 깊숙이 새겨진 것 같다.

 

동시에 얼마나 자주, 언제 또 있을지 모를 상황을 두려워하는 마음 또한 생겼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인 병원 진료 정상화 과정 또한 병원 폐쇄만큼 신중을 기하는 과정이었고 각 병원들은 아직도 그 뒷감당을 다 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이 기간 또한, 지나가는 계절과 같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지난 간 일들을 돌이켜 꼼꼼히 짚어보는 일은 관련 학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이미 많은 의견을 제시했고 이 지면을 빌어 공공의료기간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하자니 메르스를 빌미로 몸담고 있는 기관에 대한 입장만 피력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다.

 

그러나 감염병의 파급효과를 같이 경험하고 그에 대한 대처는 대한민국 의사라면 누구에게나 역할이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발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차제에 다음에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많은 의견들을 제시해 궁극적으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 중 한 가지 의견을 보태자면 공공의료기관의 연계와 교육 체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민간의료 기관과 공공의료기간의 원활한 연계와 소통도 중요하지만 공공의료기간 사이의 시스템 구축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공공의료기관들은 제각기 그 몫을 하고 있지만 소속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실제 지역사회에 맞는 특수성 외에도 공공의료기관이 갖는 제반 사항에 대해 서로 연계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사전에 정보와 교육 자료를 공유하고 교육인력의 운영과 교류가 중요하다. 실전에 버금가는 대비를 위해서는 교육 자료 확보나 이론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반복되는 치밀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상체제에 사용될 시설 및 물품에 대한 관리와 운용 또한 연계돼야 효율성을 증대 시킬 수 있고 각종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철저한 준비만이 미래에 대한 염려를 덜 수 있고 실제 상황을 극복하게 할 수 있다. 그를 위한 준비과정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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