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없는 병원 포괄간호서비스 1년
'전반적 의료서비스 질 확보 긍정적-보호자·의료진 등 의식개선 시급'
2014.08.11 20:00 댓글쓰기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이 1주기를 넘겼다.

 

국민의 간병비 부담 완화로 시작됐던 제도의 목적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으로 확장됐다. 간호사들은 물론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졌고 남성 간호인력의 입지도 더 강화됐다.

 

하지만 고정관념이라는 벽에 맞닥뜨려 설왕설래하고 있다.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간 역할 갈등도 일부 드러났다. 인력수급 문제로 아직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는 병원도 7곳이나 된다.

 

과연 보호자 없는 병원은 안착할 수 있을까? 지난 1년을 점검해봤다.

 

 

"시기적·정서적으로 일단은 합격점 하지만…"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부양의식의 변화 등에 따라 개인과 가족의 간병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연구용역 및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3년 7월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시행에 따라 환자나 가족이 고용했던 간병인의 역할을 간호인력이 대신하게 됐다. 가계부담은 줄고 입원환경은 변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실무진이 현장을 다니며 정리한 변화를 살펴보면 크게 4가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먼저 간병인을 따로 고용할 필요가 없어져 환자 개인은 물론 가족의 만족도가 향상됐다. 병실에서 간병인과 보호자 등 상주인원이 없기에 감염 등의 관리가 잘 이뤄져 입원환경도 쾌적해졌다.

 

환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의료진과의 소통도 원활해졌다. 간호인력의 피로도는 낮아지고 만족감은 올라가는 효과도 거뒀다.

 

이에 공단 급여보장실 관계자 A씨는 "병원 본연의 기능을 되찾는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문제들도 부상했다. 이 관계자는 "1 대 1 전담간호를 요청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의식의 변화가 가장 시급하게 그리고 주요하게 해결해야할 난제"라고 강조했다.

 

조명되는 남성 간호인력

 

포괄간호서비스에서 의식변화와 맞물려 남자 간호사 및 간호실무인력이 주목받고 있다.

 

시범사업현장 시찰자들은 "여성보다 남성이 군말 않고 무리한 부탁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묵묵히 처리하기 때문"이라면서 "환의를 갈아입고 시트를 교체할 때, 목욕도움을 받을 때나 오물을 치울 때 여성보다 남성이 좀 더 편하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육체적・정신적 측면에서 남성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시찰자 B씨는 "과거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할 당시 소유물로 여기는 의식이 일부 있었다"면서 "간호인력에게 간병인과 똑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경향이 일부 선호도에 녹아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속옷을 빨아달라거나 티비 채널을 돌려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다. 환자의 자가간호능력을 위해서라도 보호자와 환자, 의료진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다른 시찰자 C씨는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간호인력과 의료진 의식 또한 문제"라면서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나 보호자가 환자의 옆을 지켜야 안심한다는 의존감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인력 수급·수가 신설 등 과제 산적

 

의식 개선과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로는 인력수급문제와 수가시범사업으로의 연계, 더 나아가 제도 확립을 위한 제반사항의 확충 등이 꼽혔다.


특히 시범사업 초기부터 거론돼왔던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가설계는 현재까지 이어진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C씨는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제도적 도움을 바탕으로 지난 1월 21개 공공병원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집행할 사업예산을 확충했으며, 인력확보를 위한 간호대생의 수를 늘릴 수 있었다"며 자료를 내보였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원이던 예산은 184억6000만원으로 늘었고, 각종 운영지침과 홍보지원 등을 위한 협조가 이뤄졌다. 간호인력 수급을 위한 간호인력개편안을 확정했고, 교육과정을 3년제에서 4년제로 변경했다.

 

포괄간호 수가 설계를 위한 노력도 이뤄졌다.

 

공단관계자에 따르면 시범사업 현황을 바탕으로 한 지역 및 종별 적정 간호인력배치 및 적정 임금 등을 분석해 오는 10월경 선보일 전망이다.

 

업무강도 등에 따른 가산 대신 간호인력 배치율을 달리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A씨는 "수가설계가 일단락되면 오는 11월경 시범사업 평가와 방향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논의를 바탕으로 12월쯤 수가 시범사업으로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공단과 복지부는 2015년부터 포괄간호서비스 대상 병원을 추가 확대해 2017년까지 전체 병원의 70%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어 2018년에는 그간 자율화였던 건강보험적용을 의무화로 바꿔 전국병원으로 확대・시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지방병원 기피문제나 공공의료원 자체적 처우문제, 전국확대를 염두에 둔 수가개발 등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면서도 "지금까지 4만6000여명이 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 27개 시범병원 의료인력들의 경험이 쌓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아울러 "환자들의 사업 재참여율도 높게 나타나는 등 현장에서의 만족도와 호응이 높다"며 제도 확립을 위한 협회와 정부, 의료인력과 보조인력,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협력과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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