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의 '간호사 꿈'
7년차 다문화가정 탁현진씨 '왕복 4시간 수업에 한번도 지각한 적 없어'
2013.02.17 20:00 댓글쓰기

2006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전라북도 남원시 노암동 탁현진(28세. Thach Bup Pha Ry)[사진] 씨의 꿈은 간호사.

 

남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2년간 한글을 공부하고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그는 지난해 전주비전대학교 간호과에 수시전형으로 입학,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간호사 꿈을 접어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꾸린 뒤 배움의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는 탁현진 씨는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복약지도와 면담을 돕고, 그들을 위로해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베트남에 있는 여동생이 천식으로 고생하지만 의료서비스를 받기에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며 “간호사가 돼서 동생을 치료해주고 싶었다”고 꿈을 키우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두 아이 엄마, 남편 퇴직하면 생계 책임질 것”

 

3세와 7세 두 아이를 둔 탁현진 씨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기상한다. 버스를 타고 남원에서 전주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하지만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그는 남원시 환경미화원인 남편이 새벽 3~4시경 출근했다가 돌아오기 전에 식사와 등교준비를 끝내고, 남편이 귀가하면 비로소 학교로 출발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맡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에 탁 씨는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인데, 많이 돌봐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며 “하지만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간호사가 되는 것이 아이와 가정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중학교 4년 과정에서 3년 동안 반에서 1등을 놓지 않았다는 그는 한국으로 시집오게 되면서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한국어능력시험 4급도 취득했다.

 

탁현진 씨는 “남편과 약 20여년 나이 차이가 나는데 10년 뒤면 남편이 퇴직한다. 간호사가 돼서 꿈도 이루고 우리 가정을 내 힘으로 책임지고 싶다”고 밝혔다.

 

“기본간호학, 의학용어 어렵지만 재미있어”

 

“쓰기와 이해하기가 가장 어렵지만 읽기와 암기는 그렇지 않다. 대학교 성적은 많이 부족하지만 공부는 재미있다.”

 

탁현진 씨는 “의학용어, 해부학, 병리학, 기본간호학이 정말 어렵다”며 “시험과목을 외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한글을 이해하는 것이 항상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간호학과 의학용어는 어렵지만 재미있다”며 “간호과 과정이 워낙 시험이 잦지만 시험 본 뒤 성적표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 한 학기동안 힘들게 공부했던 보람의 결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다.

 

탁현진 씨는 “학교에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주는 50% 장학금과 나머지 50%의 학비를 도와주는 한약방 할아버지 덕분에 부담은 덜 수 있었다”며 “하지만 교통비와 식비가 만만찮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올해부터는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는데, 남편에게 경제적 부담을 더 주게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고 싶다”며 또 “한국문화와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인을 이해하고 편견을 극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졸업 후 간호사가 되면 상급병원 소아과에 근무하는 것이 목표”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베트남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는 꿈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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