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간호대…학생들 어수선
'조무사 폐지 인력 개편안 사전 공지·협의 전무-미래 간호사인 학생 의견 배제'
2013.03.04 19:58 댓글쓰기

 

개강을 맞은 캠퍼스 등굣길, 유독 간호대학 학생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방학 중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안 때문이다.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간호인력 개편안은 캠퍼스 안 간호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원망 섞인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개강 첫날 강의실에서는 이에 대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경북대학교 간호학과 김민주 4학년 대표는 “수업 시간 교수님들이 개편안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물었다. 취업을 앞둔 4학년들은 간호사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이없어 했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예슬·박세은 간호대학 대표 역시 “개편안은 대학에서 미래 간호사들이 받는 교육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에서는 시험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인체와 관련된 교양수업과 간호사의 윤리, 철학 등을 배운다는 설명이다.

 

전라남도에 위치한 한 학교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과제로 간호조무사 인력 차이를 연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학생은 “보건정책 수업의 과제로 ‘간호사 9명과 간호조무사 1명인 병원과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9명인 병원간의 실제 간호 질 차이’를 조사해  제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만큼 학생들은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 다니지 말고, 간호조무사로 취업하고 경력 쌓아 간호사 되는 편이 낫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간호사의 꿈을 안고 학교에 첫발을 디딘 신입생들의 거부감은 더욱 컸다. 

 

대학생활에 한껏 부풀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신입생들은 간호인력 개편안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울상이 됐다.

 

13학번으로 간호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은 “SNS를 통해 간호인력 개편안에 관한 내용을 알고 화가났다. 개편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등록금도 다 냈는데, 4년 동안 대학에서 배운 간호사와 학원을 몇 개월 다니고 되는 간호조무사가 같다면 그냥 학원을 다닐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이날 학교에 모여 새 출발을 다짐한 편입생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년간 편입을 준비해 올해부터 간호학과 3학년이 된 학생은 “편입에 합격하고 기뻐하고 있는데 바로 간호인력 개편방향이 발표돼 당황스러웠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 학생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편입 준비까지 했는데 간호조무사에게도 일정조건을 갖추면 간호사가 될 수 있게 한다는 개편 방안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반응 속에서 개편방향이 미래 간호사인 간호대학 학생들을 배제하고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학교 박소미 간호대학 대표는 “개편방향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보니 충격이 더 컸다. 복지부나 간호협회에서 학생들에게 세미나 등을 통해 개편안과 같은 간호계 정보를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복지부는 앞으로 함께 일할 미래 간호사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전국간호대학연합회는 향후 토론회 등을 거쳐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겠다고 나섰다.

 

전국간호대학연합회 박수경 회장은 “학생들은 당황스럽고 억울해하면서도, 개편안이 왜 나왔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학교 교수님, 병원에서 직접 업무를 보는 간호사 등의 협조를 통해 토론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시위와 같은 행동보다는 학생들이 개편안에 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시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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