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상위 10%가 전체진료비 35% 차지' 쟁점 부상
공단, 24일 수가협상서 제시···의협 “역으로 90%는 그만큼 열악 반증'
2018.05.24 20:50 댓글쓰기

팩트가 제시됐고 팩트를 인정했다. 그러나 셈법은 달랐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해석 차이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적정수가에 대한 담론(談論)은 무의미하게만 들렸고 한 발자국 내딛기도 힘든 모양새로 비쳐졌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밴딩 폭은 접근도 못했고 외려 불편한 분위기만 심화됐다.


24일부로 공단과 공급자단체의 내년도 수가협상이 중반부로 접어들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당산)에서 2차 협상을 마쳤다. 통상 2차 협상은 건보공단이 공급자 단체에게 진료비 추이 등 데이터를 공개하고 ‘재정 안정화’을 주장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주목해야 할 공급자단체는 아무래도 의협이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협상 시작 전부터 양측 책임자들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고 정치적 목적 등 논란이 제기되는 등 감정싸움에 가까운 갈등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 의협은 1~2차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상 40분~1시간 걸리는 협상이 1시간 반 넘게 진행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가협상을 마친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사진]은 “건보공단 측은 의원 상위 10%가 전체 진료비의 34.9%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이는 일부 의원들 파이가 기형적으로 크다는 것을 뜻하는 지표라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위 10%를 제외한 90%의 동네의원은 그만큼 열악하고 불편한 현실에 놓여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라고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 적정수가 보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의원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도 강조했다. 
 

방 상근부회장은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2017년 대비 1060원이 올랐다. 16.4% 인상은 굉장히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가가 3% 인상되면 의원 당 917만원이 돌아가는 상황인데, 최저임금 인상분만 따져봐도 790만원이 추가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즉, 통상적인 3%대 수가 인상으로는 의료기관 관리운영비 수준만 겨우 보전받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는 논리다. 
 

그는 “대부분의 열악한 동네의원을 위해 적정수가 보장의 논리를 강조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의계·치과계·약계 "상대적으로 소외" 요구 강경
 


한의계, 치과계, 약계는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의과 중심으로 문재인 케어가 설계되고 있다보니 수가를 받을 수 없는 영역이 크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역차별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의사협회 김경호 수가협상단장[사진 左]은 “우선 시급한 문제는 밴딩 자체를 올려야 하는데 자꾸만 건보공단 측은 재정소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단장은 “여러 통계 중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실수진자가 2017년 기준 1.4%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어려운 한의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보험에서 경쟁력있는 한의계 입장을 설명하며, 건강보험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논했다.
 

그는 “자동차보험에서 외래의 60%는 한의계가 맡고 있다. 또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보장만 되면 환자들이 한의원에 오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보장성 강화에서 소외된 공급자 단체임을 역설했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사진 中]는 “그간 치과계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임플란트, 틀니 등 고령사회를 대응하기 위한 영역에서 타 유형보다 더 많은 희생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수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치과계에는 보상이 필요한 시기다. 간극을 좁히면서 수가인상 근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사진 右]은 “진료비 증가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약품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행위료 자체는 타 유형 대비 0.7%나 낮다. 약국가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서면복약지도 활성화, 자동조제기 활용에 따른 편의성 및 안전성, 어린 환자들을 위한 스틱형 포장 도입 등 여러 면에서 질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불용재고약이나 카드 수수료 등 보상 개념이 없어 이를 수가인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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