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치의 교육을 받았는데도 활동하지 않는 건 사업에 참여해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지불제도가 필요하다."
14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주최한 국회토론회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강화 방안 마련'에서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이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018년 보장성 강화정책 일환으로 됐으나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중증장애인이 거주 지역이나 이용하던 의료기관 의사를 선택해 지속적으로 건강 관리를 받는 제도를 말한다. 운영 모형으로는 ▲일반건강관리 ▲주장애관리 ▲통합관리(일반+주장애)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제도 시행 4년 동안 의사들의 저조한 참여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장애인 주치의제 시범사업 교육을 이수한 의사가 1300명을 넘었으나 실제 사업에 참여한 의사는 200명에 불과하다.
특히 그동안 예산 집행액이 2억원에 그칠 만큼 성과도 초라한 실정이다.
"제도 살리는 대안적 지불보상제도 필요"
임종한 학장은 "건강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등록해 관리를 하는 경우 투입하는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나 이를 보상하는 지불제도가 없다"면서 사업이 부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질병이 생기기 전 사전 관리가 중요한 장애인에게는 일반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와는 차별을 둬야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할 수록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다 보니 장애인 조차 제도를 통해 서비스 질이 높아졌다고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지불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임 학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불 방식을 기존 행위별 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규정을 건강보험개혁안인 적정부담의료법에 포함한 상태다.
공적의료 보험자인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도 가치기반 의료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적 지불보상모형을 제시하고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 학장은 "OECD 29개 중 19개 국가가 주치의 제도를 도입했거나 그 과정에 있으나 우리나라는 자유방임형 의료쳬계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수가모형으로 '인당 정액수가+행위별 수가+성과 보상'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의사와 의료기관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성과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의 취지는 건강 관리는 물론 질병 치료까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건강 관리를 넘어 질병을 치료해야 비로소 의료 행위가 된다"면서 "관리와 함께 치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미비점을 분석하고 실태를 반영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에게 조차 제도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유령제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검토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강준 과장은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면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지금까지 진행한 시범사업 성과와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면서 "참여 의료기관을 정례화해서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장애인 주치의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다양한 수가 모델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증 장애가 있더라도 의료기관으로 직접 올 수 있는 분도 많기에 접근성을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