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환자안전 관리 활동' 대폭 강화
의료사고로 인한 대외적 이미지 추락 우려 'QI·CS' 적극 지원
2015.04.09 18:25 댓글쓰기

 

[기획 4]각박해진 의료 환경으로 인한 경영난은 병원계를 강타한지 이미 오래다. 더욱이 인터넷, SNS 발달로 국민들의 의료 지식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환자 및 보호자 간 병원별 정보 공유는 말할 것도 없다. 한 번의 의료사고가 곧 수익률 저하, 대외 이미지 하락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병원계 내에서 팽배해지고 있다.
A대학병원 교수는 “‘의료진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며 “실수는 곧 해당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이고, 환자 및 보호자는 애꿎고, 힘없는 피해자로 표현되는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부 의료인으로서의 본분과 도리를 망각한 채 맹목적인 수익만을 추구한 결과, 충분히 쾌유할 수 있는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병원계는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양 측 다 불필요한 시간적·비용적 낭비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환자·보호자 만족도 향상 직원교육 확대


지난 1월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본관 4층 강당에는 교직원 2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모든 부서가 2014년 한 해 동안 질 높은 진료 및 서비스 향상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환자 안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제14회 QI활동 발표회’가 열렸다.


QI활동 구연발표 10편과 포스터 발표 14편, CQI 구연 발표 1편, CQI 포스터 발표 4편 등이 진행됐다. 박해관 진료부원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보직자 및 교수, 팀장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11명이 공정하고 엄격한 평가를 내렸다.


그 결과, 대상에는 인공신장실 Unit·외과 ‘혈액투석환자 혈관관리 시스템 구축’이 교직원들의 많은 공감을 얻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영양팀 ‘선별적 위험요인 관리를 통한 조리종사자의 안전보장 활동’ ▲병동간호팀 ‘손 씻기를 통한 환자사랑 2040’ ▲건진업무팀 ‘해외교포 검진 활성화’ 등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박해관 진료부원장은 총평에서 “교직원들의 진심이 담긴 노력이 병원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QI활동을 전개하자”고 밝혔다.


같은 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질 향상위원회’가 주최한 QI 경진대회에는 ‘환자안전을 위한 과학적 개선’을 주제로 구연 부문 10팀, 포스터 부문 15팀 등 모두 25팀이 참가했다.


구연대회에서는 ▲응급의료센터 수가 누락 이렇게 하면 막을 수 있다 ▲위암 적정성 평가 향상 방안 ▲투약오류 Zero에 도전한다 ▲심혈관 질환의 CP시스템을 통한 중증도 환자관리 등 환자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


이문성 병원장은 “QI 경진대회를 통해 병원 내 의료 서비스 품질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며 “단순히 1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2020 서부권 최고의 중증환자 진료기관’으로 도약하자”며 당부했다.


지방 소재 병원에서도 QI 발표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QI사례 발표대회를 17번 마련했다.


최근 열린 대회에서는 총 25개 팀(포스터 16개, 구연발표 9개)이 참가했다. 구연발표 부문에서는 ‘주상병 일치율 향상’을 주제로 발표한 의료정보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울산대병원 김영일 진료부원장은 “QI활동은 특정부서가 아닌 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의료서비스 향상의 통로가 되어야 하며, QI사례 발표대회가 만족도 높은 의료서비스를 구현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병원별 사례는 일반적인 QI 경진대회 모습이다. 내부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유도함으로써 환자 안전 관리에 더욱 효율성을 기하고 있다.


B대학병원 교수는 “자아가 강한 의료진은 외부에서 억지로 무엇을 시킬 경우 오히려 반발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자기관리를 잘하고, 필요하면 적극 개선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환자 안전 관리 개선 방안을 요구한다면 긍정적인 참여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전담부서 도입·첨단수술방 구축 등 의료 질 향상 ‘안간힘’


Quality Improvement 약자인 QI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병원 시스템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뜻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QI 전담팀을 운영한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993년 국내 최초 원내 ‘의료질 향상 전담팀’을 구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QI팀은 원내 각 분야 전문가 자문을 받아 각종 진료 지표를 개발하고, 의무기록과 전산자료를 검토·분석한 결과를 원내 진료평가위원회에 보고하는 일을 담당했다.


서울아산병원 QI팀은 2001년 PI(Performance Improvement)실로 확대됐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환자 안전과 관련된 의료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부서를 확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아산병원은 2008년부터 ‘움직이는 중환자실 조기대응팀’(Medical Alert Team)을 가동하고 있다. 조기대응팀은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환자를 미리 찾아가 중환자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선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환자는 중환자와 일반 환자로만 양분되지 않는다.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일반 환자가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 치료를 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중간지대가 조기대응팀의 치료 영역”이라고 소개했다.


전담 부서 구성이 아니라 진료시스템 개선에 나서는 병원도 있다. 최근 올해 상반기 안으로 본원 증개축 공사를 마치는 강동성심병원이 대표적이다.


강동성심병원은 ‘환자 중심 친환경 병원’, ‘환자 안전 최우선 병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첨단 의료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25년만에 이뤄진 증개축 공사를 통해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존 10개에서 14개로 확장된 수술방의 경우 최첨단 무균시스템이 전면 도입됐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먼지나 미생물을 관리해 수술 후 감염률을 0%로 낮추는 시스템이다. 국제표준규격인 JCI 인증 기준에 맞춰 적용됐다.


인체에 유해한 세균과 바이러스 99.9% 이상을 걸러내는 수술실 천장의 초강력 HEPA 필터와 수술실 내외부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공기 유입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음양압 장치, 수술실 온도와 습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항온항습 시스템도 갖춰졌다.


강동성심병원 관계자는 “특히 의료진과 환자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배제시켰다”며 “내부를 오염존과 청결존으로 구분해 수술 물품이 청결존으로만 전달되는 Pass Box 시스템도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지역별 QI 전문가 양성 나서는 병협


대한병원협회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대다수 병원이 QI 전문가를 보유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병협은 올해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선제적 대응’을 꼽은 바 있다.


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교육을 비롯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제도 보완 및 수련체계 정비 ▲의료행위 표준화 및 심사평가 합리화 ▲‘환자안전관리센터’ 설치·운영 등에 나설 계획이다.


병협 박상근 회장은 “故 신해철씨 의료사고로 인해 병원계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매우 저하된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협을 중심으로 각 회원사가 의료 질 제고를 위해 보다 높은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박상근 회장은 “지역별 네트워크 가동과 더불어 QI 전문가 1200명 양성을 목표로 의료 질 향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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