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의 괴리 '의대생·의사' 외국행
2010.12.08 21:30 댓글쓰기
[기획 下]최근 국내 의료계에서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원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져 의사와 의대생들이 외국 취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진입장벽이 높은 한국 대신 외국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취업을 포함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의사ㆍ학생들의 움직임 등 그 명암(明暗)을 데일리메디가 2회에 걸쳐 짚어봤다.[편집자주]

'외국 의대 유학생활 유령화' 조심

해외로 움직이려는 의사와 의대생, 외국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 많아짐에 따라 관련 정보제공과 교육, 비자문제 등을 담당하는 컨설팅 업체가 늘고 있다.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외국 의료시장 정보의 독점성이 갖는 가치 역시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특성을 악용, 정보 습득에 있어서 약자 격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부풀리기 식 광고와 정보제공이 이뤄져 혼란을 가중 시키는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는 '100% 합격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식의 광고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의학교육의 질과 교육과정 등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 의대를 허위 광고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외국 의대를 졸업하더라도 한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의사 예비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국가시험(의사국시) 자격이 부여되지만 이에 대한 왜곡 역시 빈번하다.

특히 현지 취업과 개원 사정에 대한 허위 정보로 유학생활 자체가 유령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전문업체 관계자는 "1년에서 2년 이상 외국 의대 입학을 위해 소모되는 각종 비용이 억 단위에 이르는 등 고가이기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다"면서 "동종 업계지만 이제는 정말 자정작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이 아닌 증명되지 않은 의대에 진학, 정착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례를 소개했다.

틈새시장 격인 해외 기부 입학이 가능한 외국 의대도 있지만 추천 과정이 까다롭고 그 기회가 지극히 적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해외 구직ㆍ개원, 외국인에겐 넘기 힘든 벽 많아"

의사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의사 취업을 위해 국가고시에 합격, 새로운 환경 적응과 삶을 모색하지만 장애는 오히려 국내 보다 많을 수 있다.

특히 해외파의 경우 호주 등에서는 영주권이 없으면 인턴 확보 가능성이 높지 않을 뿐더러 개원도 어려운 곳이 상당수다.

병원들은 채용 시 영주권을 후원해 줘야하는 부담감이 있으며, 자국 출신 의대 졸업생 수용능력이 부족한 국가도 있어 취업 문은 좁아진 상황이다.

한 개원의사는 "해외면허를 준비하려고 해도 현지 사정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를 들어 쉽게 시작하기가 어렵다"며 "외국까지 갔는데 구직난에 허덕인다면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일본, 호주, 영국 등지에서 개원할 경우 은행 대출이 가능하긴 하지만 현실성은 낮다.

업계에 따르면 "호주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현지 로컬 개업이 일반적이지 않아 대부분 10년 이상 봉직의사 경험 후 하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빚에 허덕이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개원의사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격부터 시작해 의료기기, 마케팅서비스 등 심각한 과열 경쟁으로 치닫는 국내 개원 상황과 맞물려 외국행이 마지막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의사면허 취득을 위해 작년 12월 공부를 시작한 진료과목 성형외과ㆍ피부과 개원의사는 "우리는 과다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 의사부족 국가로도 알려져 있고 한국 미용성형 의사에 대한 이미지도 좋은 편이라 면허취득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국내 의료시장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 외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전문의를 따도 전공과목을 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소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급기야는 의사들의 자살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동료 의사들 가운데서도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의사가 상당히 많다. 실력 있고 친절해도 망하는 것이 개원 현실"이라며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처럼 안개 속인 국내 상황과 더불어 좁은 국내 의료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포부를 가지고 외국행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지방대학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은 "학생이다 보니 한국의 개원 및 봉직의사로서의 환경이 어떤지 피부로 직접 느끼진 못한다. 선배들이나 주변의 이야기로만 전해들을 뿐"이라면서 "해외의사면허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곳에서의 개원 보단 외국 대학에 남아 진료ㆍ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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