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정보 공개 소식에 병원계 '술렁~술렁'
2010.12.10 03:00 댓글쓰기
[기획 상]국회를 중심으로 대형병원의 중증질환 사망률 비교자료 공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선 병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 자료가 공개될 경우 단순히 환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여파가 병원계 전체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데일리메디가 사망률 정보공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해법은 없는지 모색해 봤다.[편집자 주]

병원별 사망률정보, 공개 수순 밟나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지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때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병원별 사망률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심평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대사망률에 견줬을 때 66개 대형병원 가운데 ▲낮은 사망률 16곳 ▲평균 사망률 29곳 ▲높은 사망률 21곳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주 의원은 개별 병원들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영국과 캐나다 등은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매년 공개하고 있는데, 심평원이 연구를 실시해놓고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국정감사에서 주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이 나온 뒤로 심평원은 최근 병원별로 집계된 사망률을 데이터화 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조만간 이를 주 의원측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공개를 담당하고 있는 민주당 허윤정 전문위원은 “심평원으로부터 자료 전달을 받는 대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과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들 ‘불쾌감’피력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사망률 공개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A실장은 “중증질환을 놓고 각 병원 간에 치료의 질적 차이를 따져 이를 상향평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하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례로 그는 사망률이 높은 패혈증 등과 같은 질환만 놓고 보더라도, 20대의 건장한 남성과 백혈구 수치가 많이 떨어진 60대 암 환자의 사망은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A실장은 “일반적으로 각 환자들이 갖고 있는 기저질환과 병의 진행상황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단순 병원별 사망률을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질병의 중증도, 시술의 난이도 등 분석 없이는 자칫 통계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률을 여러 단계를 거쳐 분석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여과장치 없이 각 병원들의 실명이 그대로 환자들에게 노출됐을 경우 오히려 환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증 질환을 전담하고 있는 대형병원들의 특성상 사망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게 되면 각 병원들이 중증 질환 자체를 꺼려하는 풍토가 정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병원 심혈관센터 B교수는 “지금도 일부 환자들은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선택으로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을 찾곤 한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사망률만 덩그러니 공개되면 병원들끼리 눈치 보기가 심해져 오히려 중증 질환자를 서로 미루는 일도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중증 환자들이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등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란 소리다.

국립대병원 C진료부원장은 “그동안 심평원에서 사망률을 공개하지 않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연히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이 중증질환자를 많이 보는 만큼 사망환자도 많지 않냐”며 “사망률 공개는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병협 “국민들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 강력 대응 천명

이처럼 갑작스럽게 병원계에 불어 닥친 사망률정보 공개 논란 소식에 대한병원협회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며 향후 이 문제에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병협 집행부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측과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병협 성상철 회장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병원사망률 정보공개는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성토했다.

성 회장은 “병원마다 상황이 다른 상황에서 사망률을 공개해봐라.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면서 “당연히 병원들이 환자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고 오해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병원들이 펼쳤던 논리와 마찬가지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성 회장은 “지금 병협 차원에서 이 문제를 두고 심사숙고 중에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망률정보 공개에 대해 조만간 대책을 마련해 반대 논리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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