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확산 '대형병원 사망률 정보' 공개
2010.12.10 22:30 댓글쓰기
[기획 하]국회를 중심으로 대형병원의 중증질환 사망률 비교자료 공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선 병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 자료가 공개될 경우 단순히 환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여파가 병원계 전체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데일리메디가 사망률 정보공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해법은 없는지 모색해 봤다.[편집자주]

政·官 신중함 유지하면서도 공개 원칙 재확인

“대형병원, 특히 소위 빅4로 불리는 병원 입장에서는 사망률 정보가 공개되면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되면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중증환자가 많이 오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밑지는 장사나 다름없다.”

병원별 사망률 정보공개가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자 국내 최상위권 대형병원 한 관계자는 다소 격한 발언을 하면서까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심평원이 어느 정도까지의 데이터를 민주당에 전달할지, 또 민주당에선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발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을 표출한 것이다.

일단 이번 사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심평원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평원 평가총괄부 김재선 부장은 “현재 민주당에서 요청한 자료를 준비 중에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단계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자료 취합이 끝나는 대로 민주당에 바로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도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만 했다.

지난 2008년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의료사고와 관련한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질환별 정보만 공개했을 뿐, 병원별 현황을 뺐던 것과 마찬가지로 워낙 사안이 민감하기에 오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 쪽은 느긋한 입장이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환자의 알권리 측면에서 자료공개는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실측은 “일단은 자료를 받아봐야 공개든 비공개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환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계 전체에 불러일으킬 파장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란 설명이다

다만 민주당은 심평원측으로부터 사망률과 관련한 전체 자료(raw data)를 받더라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허윤정 전문위원은 “일반 의료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에 대해 정보공개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이번 자료공개가 어느 특정 병원에 유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심평원 데이터를 그대로 공개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중증도 보정과 같은 후속작업을 거쳐 수위조절을 한 다음 발표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병협 등 관련 유관단체로부터의 의견도 적극 청취해 나가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허 위원은 “이번 일로 병원들을 공격하거나 분란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라며 “데이터를 받고 나서는 공식적으로 리뷰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병협 등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은?=사망률 공개 대신 임상 프로세스 평가

병원별 사망률 정보공개와 관련, 앞서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008년 영국 정부는 국립의료원(NHS) 산하 병원들의 수술 중 환자 사망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승용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시 영국정부도 사망률을 집계해 공개하면 국민들의 알권리도 충족시키고, 각 병원들도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병원 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화·특성화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는 덤이었다.

그러나 영국에서조차 이를 두고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지난 4월경 버밍햄 대학의 리처드 릴포드(Richard Lilford) 교수와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마취과 전문의로 근무 중인 피터 프로노보스트씨(Peter Pronovost)는 영국의학저널(BMJ)을 통해 “병원의 질 관리를 위해 병원 사망률을 근거로 삼는 것은 옳지 못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질 평가를 하는 데 있어 병원 사망률을 기준으로 잡을 경우 “위험도 차이에 따른 결과상의 오류가 발생가능하다”며 “위험도를 산출하는 과정 역시 지역마다 사망요인에 따른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각 병원들이 보다 공격적인 진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는 비인간적일뿐만 아니라 전체비용의 상승효과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안은 없을까. 이들은 영국정부가 사망률 공개에 나선 것은 병원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임상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 질 평가를 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심평원이 심근경색과 제왕절개를 대상으로 한 가감지급사업과 같이 질환을 중심에 두고 병원별로 평가를 하자는 의미다.

이들은 “이러한 방법은 병원들이 어디다 집중해야 할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길을 제시해 줄 것”이라며 “오명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상 프로세스에 기반을 둔 평가를 통해 당초 목표로 했던 병원들의 질적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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