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의뢰 병·의원' 상생인가 공멸인가
2010.12.24 02:30 댓글쓰기
[기획 하]지방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점점 더 가속화 되고 있다. 경부선, 호남선 KTX 개통 등 지방환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방 암환자들의 ‘쏠림현상’은 더 하다. 대형병원에서 이들 환자를 모두 수용하기는 병실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병원이 최근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형병원과 근거리에 위치하면서 암 환자들에게 병실과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종 의료업이 성행하고 있다. 철저하게 그들만을 위한 병원이다. 이들 병원은 좁은 의미의 ‘되의뢰 병원’으로 숙박업과 의료기관의 모호한 경계를 낳고 있다. 치료는 대형병원에서, 입원은 ‘되의뢰 병원’.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 그 실태를 들여다 봤다.

병원 맞아? 신종 or 변종 모호한 경계선

이들 병원은 대형병원이 해줄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족한 병실을 ‘되의뢰 병원’에서 제공함으로써 대형병원과 병원, 환자 모두 만족한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병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있다. 병원은 법과 제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눈에 많이 띈다.

과연 숙박기관처럼 보이는 이런 곳을 의료기관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3차 기관이 1, 2차로 진료의뢰를 하는 ‘희안한’ 형태가 바람직한 것인지, 건강보험제도하에서 암환자에게 입원료, 식대를 받는 것이 타당한 지 등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되의뢰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의사는 간단한 처방 외에 다른 처방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명목상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으로 표방되지만 처방 수준은 미미하다.

이미 매일같이 몇 개월이 걸리는 주 치료를 대형병원에서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상태를 임의로 바꿔놓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또 다른 처방이 나가면 ‘이중처방’으로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송파구에 위치한 P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환자 증상은 특별한 것이 없고, 구토 증세가 있거나 배, 머리가 아프다는 것 등인데 그런 것들은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누구라도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며 “아프다고 호소를 해도 다른 특별한 처방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에 따른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 병원인 셈이다. 모든 환자가 입원 환자로만 구성돼 있어 흔히 말하는 병원처럼 외래는 없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한 ‘신종’인지, ‘변종’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환자에게 입원료, 식대 등을 받고 건강보험 청구를 하더라도 특별한 의료 처치 등이 없어 대부분 삭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종의 ‘임의 비급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 병원 관계자는 “다인실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받는 비용은 교통비와 입원료 등을 합해서 3만원 정도”라며 “여기 입원해 있는 암 환자들은 암보험을 많이 들어 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로 보존적 치료이기 때문에 방사선치료 환자가 한 달 이상 장기 입원하면 대부분 삭감 당하지만, 삭감을 예상하고 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특이한 형태로 병원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 대형병원에서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게 사실이다. ‘법적, 제도적으로 저촉되는 부분이 혹시 없나’하는 우려 등이 ‘쉬쉬’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괜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아”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건강보험제도에서 봤을 때 이 같은 병원은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라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1차, 2차 의료에서 3차로 전달되는 의료전달체계와 배치되는 등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런 형태는 편법 운영처럼 가는 거다. 환자가 입원한 병원의 의
사가 주치의로서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떤 약이 처방되는지를 소상히 다 파악해야 하는데 반대로 대형병원에서 주치료를 받고 입원 병원 의사는 보존적 치료만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만약 환자가 입원 병원에서 죽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런 형태의 병원에서 같은 날 입원과 외래 중복진료가 청구되는 점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급여 청구 부분에 있어서 입원료, 식대 청구를 환자로부터 받는 것은 ‘임의 비급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위법한 경우에 해당된다. 공단에 청구를 하더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 입원시키는 것은 과잉진료로 대부분 삭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1, 2차 의료기관에 입원하면서 관리할 수 없는 중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대형병원으로 진료의뢰를 통해 그대로 입원해 있으면서 큰 병원으로 외래 치료를 받고 오는 경우에는 ‘낮병동 입원료’라고 해서 가능하다.

하지만 되의뢰 병원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주치료가 큰 병원으로 돼 있으면서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건강보험청구는 대형병원에서 환자 본인부담금만 받고 그 나머지 보험 청구분에 대한 처방은 의원으로 보내져, 의원에서 건보공단에 보험을 청구하고 다시 대형병원으로 진료분 비용을 줘야 한다.

이런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편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제도상 문제로 꼽힐 수 있는 부분이다. 대형병원에서 본인부담금과 보험금을 환자에게 모두 받고 공단에 청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되의뢰 병원, 즉 입원 병원은 어떤 처치가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올바르게 가면 복잡한 시스템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받을 진료비는 다 제 곳으로 가기만 하면 되므로 편법으로 단계를 생략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비가 정리돼야 한다. 작은 병원이 여인숙도 아니고, 입원료, 식대만 청구하고 적절한 조치는 하나도 없는데 당연히 우리로서는 ‘왜 입원해 있는 지’ 삭감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숙박시설도 아니고 적어도 병원으로 개설돼 있는데, 이런 형태는 적절한 형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보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사보험은 ‘입원장’만 있으면 보험료가 나오니까 작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입원료는 사보험으로 받을 수 있지만 누군가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사보험이 없다면 분명 민원을 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한 곳의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병원에서는 방사선 치료 암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을 정도의 병실 여력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가까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다면 환자는 좋을 것이고, 되의뢰 병원도 그런 필요에 의해 개설된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어서 작은 병원의 입원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고리가 걸려 있는 문제여서 정부도 빅 5병원으로 집중되는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한 곳을 건들 수도 없는 문제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급여 절차를 엄격하게 하거나, 3차병원으로 가는 통로를 죌 수도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해에도 서너개씩 개설되고 있는 이런 형태의 ‘되의뢰 병원’은 건강보험 제도상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있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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