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한국 의사들의 신들린 술기에 홀려
2010.12.31 22:07 댓글쓰기
[기획 5]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교수
외국의사 연수, 해외 환자 유치로 지역 미래까지 짊어졌다


아시아인들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모낭군 이식술’을 지난 1990년대 개발한 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교수는 숨 가빠졌다. 탈모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을 당시 동양권의 한 의사가 세계 학회에서 이를 발표하자 모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자신의 다리에 직접 모낭군 이식술을 시행, 증명해 보이는 등 연구에 대한 열정과 그 결과를 세계가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모발생존율이 92%입니다. 중유럽 이하 국가까지는 이 이식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생존율을 바탕으로 각국 의사들과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죠. 화요일에는 진료, 나머지 요일은 모두 수술과 강의· 연구실에 잡혀있으니 꼼짝할 수가 없네요.”
미국에서 독식하다시피 하던 탈모 연구시장에서 모발을 모낭 단위로 하나씩 심는 이식술과 KNU 식모기를 연이어 개발한 김 교수는 현재 국내 제자들과 함께 16개국에서 밀려드는 외국인 의사들을 감당하느라 벅찰 정도다.

그는 일 년에도 수 십 차례 그리스나 중국, 일본 등지로 강연을 하러 다닌다. 술기에서부터 메커니즘 연구까지 모낭군 이식술에 대한 면모를 알고자 세계 각국의 특강 요청은 쉼이 없다.

현재 경북대학교에서는 모발이식센터를 확장, 대구 시내에 새로운 이식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규모나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진일보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모발이식센터에서는 모낭분리사 교육 등을 포함한 외국 의사들의 연수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좀 더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모낭군 이식술을 알리고 나아진 환경에서 현재 진행 중인 모근 복제술 등의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이제 한국 의료산업을 위해 보다 확장된 고민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낭군 이식술로 많은 의사와 환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산업 전반을 성장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작업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유치되기 시작하면서 김정철 교수는 더욱 큰 짐을 짊어지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역거점연구 사업단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향후 10년에 걸쳐 340억 원을 지원받으며 대규모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구는 과거와 다르게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시대적인 흐름이 그렇죠. 기술뿐만 아니라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과 교육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지자체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임플란트 도시’로 유명한 헝가리 소프론을 모델로 대구지역 전체가 의료관광도시로의 탈바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는 김정철 교수의 청사진 실현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큰 사업단을 이끌다 보니 부담이 되긴 하지만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환자 유치를 통해 국가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진료와 수술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수한 연구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켜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연구팀들과 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
“의료 한류, 우수성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것 제일 중요”


서울대병원 위암 수술 데이터 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십 년 간 축적해 온 임상 데이터는 양적ㆍ질적 측면에서 모두 그 우수성을 방증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위암 발병률이 높은 한국은 누적 수술 환자의 치료성적을 비롯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07년 위암수술 2만 례를 돌파했으며 5년 생존율, 합병율, 치료법 개선 등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세계적 수준입니다. 20년 간 1만 명의 데이터는 국제위암병기분류 개정의 주요 자료로 활용돼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2008년 미국, 캐나다 등지의 의료진들이 쥐락펴락하는 국제위암병기분류 작업에서 한국의 질 높은 데이터가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이처럼 한국의 위암 수술과 연구가 선진화되면서 개도국을 비롯한 각국의 의료진들이 속속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2007년만 해도 학회를 통해 인연이 닿은 개도국 의사들이 연수받으러 많이 왔죠.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임상과 기초연구에 대한 협력 등을 이유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박사들과 펠로우, 조교수 등과 함께 실험연구를 점검하는 작업을 매주 하는데 선진국에서 온 의료진들 역시 자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양한광 교수는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연수한 것이 큰 자산으로 작용했다. 임상과 함께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고스란히 서울대병원 위암센터 내에 이를 실천 중이다. 선진국에서 방문하는 연수자들은 표준화되고 있는 술기법 외에도 많은 증례를 토대로 한 연구 툴 등에 관심이 높다. 그를 찾는 의사들은 장기 상주 방문자를 포함해 대학 MOU 체결을 통한 단기 연수생까지 그 범위가 넓다. 한국 위암 분야를 알리는 선봉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오는 의사들은 각 병원 교수들을 통해 알고 찾아오지만 연수 내용이 흥미롭지 않다면 결코 다시 오는 법이 없습니다. 배울 점이 있고 얻어가는 것이 있으니 계속해서 찾는 것이죠. 각 국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점검하고 발굴하는 절차·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상업적인 목적만 가지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개도국 의사들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선진국은 사정이 다릅니다. 본인들이 필요하다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자연스럽게 한국을 찾게 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임상과 연구 모두에서 우수성을 스스로 발굴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틀이 잡혀지면 환자 유치 등 국익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죠. 많은 국가와 함께 의미 있는 정보들을 교류하면서 한국 의료는 더욱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상업적인 눈만으로 의료의 한류를 인식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공립 의료기관으로서의 행보에 집중, 우수 의료기술 발굴 등에 선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한국 의료계는 우선 순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단계 도약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하기용 교수
“한국의료 우수성, 언제나 함께 나눈다는 마음으로”


척추분야는 세계 어디를 가도 안 진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의료진들은 손기술이 좋고 연구하려는 의지도 강합니다. 우수성을 단순히 알린다는 것 그 이상의 가치로 접근해야 합입니다.”

하기용 교수에게는 장기체류하며 연수받으러 찾아오는 외국 의료진들이 많다. 한국의 척추분야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 교수는 척추 분야 SCI급 논문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를 주도하며 그 명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척추수술 분야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고 이미 안전한 수술로 많이 보편화됐습니다. 외국 의료진들은 원인에 따라 그에 맞는 치료 및 수술법을 적용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 등을 익히게 됩니다.”

지금까지 일본, 한국계 미국인, 인도, 중국, 홍콩, 베트남 등 많은 국가의 의사들이 해외 학회를 통해 소개받아 하 교수를 거쳐 갔다.

이들은 한국의 펠로우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수술 테크닉 전수를 비롯한 논문 작성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각 국에 돌아가 활약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 교수와 연락하며 그 연을 놓지 않고 있다. “이메일을 통해 중증환자에 대해 물어오기도 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난 뒤 사진을 보내오기도 합니다. 연수라는 이름을 통해 한국을 방문, 그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좋네요. 이러한 사례들이 모여 한국 의료를 알리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특히 일본은 의료 선진국이긴 하지만 척추 분야에서는 보다 엄격한 의료기기 사용 규제 등으로 한국의 임상과 연구 성과를 좇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나누고 공유하다 보면 한국 의료 역시 함께 발전할 것이란 의견이다.

“다양한 국가의 의료진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문화적으로도 알아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전수한다는 의미보단 같이 발전해 나간다는 생각이죠. 특히 개도국의 경우 환경만 보장된다면 더욱 한국으로의 연수를 바랄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부의 지원이 보다 강화된다면 각국 의료진들과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러한 정보 공유의 축적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 의료의 한류열풍을 발전적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결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척추 분야 의료진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큰 부분이 아닌 것 같지만 국가 가치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도 그들과의 교류 속에서 향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국제학회 유치를 필두로 한국의료의 선진성을 알릴 기회가 많아지면서 하 교수는 더욱 그 책임이 막중해졌다. 실력과 더불어 호탕한 성격으로 따르는 이들도 많으니 그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척추외과의 위상을 높이고, 앞으로 직접 환자를 대하고 수술을 집도하면서 쌓인 실제적인 경험을 연구, 보급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수성을 알리고 배우러 온다고 하는데 마다할 의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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