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지방의료원 관례적 '해외연수'
2011.01.27 22:00 댓글쓰기
[기획上]현지 도착 오후 2시 30분, 이동 후 저녁식사 전 까지 병원 견학, 이후 야시장 관광. 도착 다음날- 아침식사 후 병원 방문, 중식 이후 관광. 셋째 날- 전일 관광. 넷째 날- 관광 후 오후 6시 한국으로 출국. 건강증진병원 방문을 목적으로 계획된 한 의료기관 연합회의 해외연수 일정이다. 하지만 연수 목적에 있는 병원 방문은 최대 6시간. 만성적자와 임금체불까지 고민하고 있는 한 의료기관 연합회가 선진국 병원을 벤치마킹해 경영 혁신을 하겠다며 수립한 해외연수 계획이다. 대만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연합회의 ‘2011년 지역거점 공공병원 해외연수’ 계획을 살펴봤다.[편집자주]

대다수 의료원 만성적자 수렁 못 벗어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로 감사철만 되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지역 공공의료원들이 해마다 직원 역량증진과 선진 공공의료 견학을 명목으로 해외연수를 떠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전체 34개 지방의료원 중 5개 기관만 흑자경영을 하고 있고 절반 이상 의료원이 임금 체불을 경험한 바 있어 해외연수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메디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전국 34개 지역거점공공병원 모임인 전국지방의료원엽합회(이하 연합회)는 오는 3월 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두 차례에 걸쳐 대만의 건강증진병원을 방문하는 연수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만성 경영난 속 정기적 해외연수 적절?

연합회가 올해 추진하고 있는 해외연수 인원은 총 60명으로 1인당 90여만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경비는 개별 병원에서 부담한다.

연합회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도 매년 85~170명씩, ‘선진 공공병원 해외연수’ 명목으로 1인당 100여만원 내외의 비용을 들여 일본과 싱가포르를 방문한 바 있다.

전국 34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지방의료원들은 대부분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들의 누적 적자는 2009년 기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9년 기준으로 34개 의료기관 중 절반인 17개 기관이 임금을 체불했다. 체불 규모는 70여억원으로 매년 임금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이 발생하는 등 경영 상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오는 7월 임금체불 사업장의 사업주 명단 공개와 금융거래 불이익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각 지방의료원장들이 의견을 모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어 해외연수의 적절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열린 지방의료원장 워크숍에서 한 의료원장은 “휴일 및 임금 반납 등 공공기관인 의료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 직원이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해 적자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지난 7일 지방의료원연합회 신임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정홍자 사무총장 역시 취임식에서 “지방의료원 50% 이상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위상 정립이 절실하다”고 지방의료원들의 열악한 경영 상태를 시인했다.

해외연수도 빈익빈 부익부…'경영 혁신' 취지 무색

연합회가 추진하는 해외연수는 희망자 신청을 받아 비용을 개별 의료원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경영 상태가 좋지 못한 병원들은 연수비 부담 등으로 참가가 어려우며 실제로 몇몇 의료원들은 한 차례도 해외연수에 동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병원들의 보건의료사업영역을 벤치마킹해 병원경영 혁신을 도모한다는 취지가 상당히 희석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연합회가 단 한 차례도 해외연수에 참가한적 없다고 언급한 지방의료원은 임금체불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근 요양병원 전환을 선언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 보조를 받아 적자의 상당부분을 메우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은 지자체 행정감사 등에서 실제로 해외연수 부분과 관련한 지적을 받아 연수 참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 한 의료원 관계자는 “연합회 해외연수는 관례적인 일”이라면서 “교육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므로 프로그램에 병원 방문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이 더 많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원 관계자는 “매년 진행되는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 개선과 임직원의 사기진작, 해외 견학을 통한 세계화 마인드 조성, 직원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앞세워 관례적으로 진행되는 해외연수가 과연 실효성 있는 사업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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