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보고서 하나 없는 지방의료원
2011.01.28 21:40 댓글쓰기
[기획 下]현지 도착 오후 2시 30분, 이동 후 저녁식사 전 까지 병원 견학, 이후 야시장 관광. 도착 다음날- 아침식사 후 병원 방문, 중식 이후 관광. 셋째 날- 전일 관광. 넷째 날- 관광 후 오후 6시 한국으로 출국. 건강증진병원 방문을 목적으로 계획된 한 의료기관 연합회의 해외연수 일정이다. 하지만 연수 목적에 있는 병원 방문은 최대 6시간. 만성 적자와 임금체불까지 고민하고 있는 한 의료기관 연합회가 선진국 병원을 벤치마킹해 경영 혁신을 하겠다며 수립한 해외연수 계획이다. 대만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연합회의 ‘2011년 지역거점 공공병원 해외연수’ 계획을 취재했다. - 편집자 주-

예산을 투입한 사업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과를 분석해 더 좋은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중간 점검을 통해 향후 진행방향을 수정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방의료원연합회(이아 연합회)의 해외연수 사업에는 투입은 있으나 점검도 산출도 없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0년 3년에 걸쳐 진행된 해외연수와 관련해 작성된 보고서나 교육용 자료가 있냐는 질문에 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차원에서 보고서 및 교육용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지는 않고 있으며 정책 관련 연구 및 정책 건의 등에 연수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차례나 진행된 해외연수를 통해 방문기관 동향 보고서는 물론 분석 보고서 하나 작성되지 못한 셈이다.

관광에 시간 쏟는 단발성 공공보건의료 해외연수

연합회가 공개한 2011년 해외연수의 3박 4일 일정을 살펴보면 연수단이 병원을 방문하는 일정은 도착 당일 오후와 다음날 오전이 전부다. 이동, 행사준비 등의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방문 시간은 최대 6시간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일정은 국립공원, 영화촬영지 관광 및 온천욕 등으로 채워진다.

지난해 일본에서 진행됐던 연수 프로그램 역시 올해 일정과 대동소이 했으며 특히 병원장 전용으로 4박 5일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은 일정표상 최대 5시간을 제외한 모든 일정이 관광이었다.

도착 당일 오후와 다음날 오전에 편성된 짧은 병원 견학 일정을 제외하고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모든 일정이 관광으로 진행되다보니 연수 목적인 공공의료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및 평가가 현지에서 진행되기 힘들다.

현지 일정 부분과 관련해 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프로그램은 현재 대만 측과 논의 중”이라면서 “진료가 진행 중인 병원을 방문해 3시간 이상 머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비용을 들여 다녀온 해외연수에 대한 보고서조차 작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해외연수 후 연합회 차원의 연수경과 보고서 작성이나 연수 참가자들을 위한 심화교육, 미참가자들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자료배포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으며 연수와 관련된 후속 조치는 단지 연수 전반에 관한 만족도 조사만 이뤄지고 있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연수 후 프로그램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지자체 감사용으로 각 의료원에서 연수 보고서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연수내용은 정책 연구 및 건의와 임직원 역량강화 교육 등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합회 차원에서 보고서나 재교육 자료조차 만들지 않고 관련 데이터 구축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연수 효과는 극대화 되지 못한 채 단발성 행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외연수, 경영개선 위한 노력인가

지금까지 해외연수를 통해 얻은 성과물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연합회 관계자는 “건강증진병원 등 공공의료라는 것이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도출할 수 있는 성과물은 없다”면서 “연수를 통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증진병원 등 공공의료 사업이 짧은 시간에 성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3회에 걸쳐 4년 동안 진행된 연합회의 해외연수는 그 경험과 결과를 연합회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아쉬움이 크다.

더욱이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 혁신을 통해 만성 적자기관의 오명을 벗겠다며 나서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이 이런 해외연수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수의 목적 차제가 변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역 혁신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답이 해외 병원에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 한 병원의 건강증진병원사업 담당자는 “건강증진병원사업은 국내에서는 시도된 바가 없는 사업이라 많은 기관들이 외국 병원의 건강증진 활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런 방식만으로는 절대 건강증진병원도 공공의료도 발전하거나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 병원이 처한 환경과 의료진의 능력,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정도, 지역적 특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철저한 자기분석을 통해 독창적 색깔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성공적인 공공의료사업을 펼치며 10여개에 달하는 공공보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의 사업 내역을 살펴보면 철저한 주변지역 연구가 공공의료 사업의 뼈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공공병원 병원장 경영성과계약 도입 ▲병원운영에 대한 평가 강화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병원에 대한 국고지원 강화 및 개선의지가 없는 병원에 대한 지원 중단 방안 강구를 골자로 하는 ‘지역거점공공병원 발전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연합회가 계획 중인 네 번째 해외연수는 복지부의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병원’이라는 평가지표에 해당하는 것인지 연합회 관계자들을 비롯한 모든 지방의료원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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