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농특법에 푸대접 공보의
2010.09.05 21:49 댓글쓰기
공중보건의사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멱살잡이에 상욕은 기본이고 폭력마저도 심심찮게 당하는 등 여전히 사회적 약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더군다나 병역을 대신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으로서도, 배타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의사로서도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공보의들의 실태를 집중 조명해보고, 앞으로의 개선방향에 대해 고민해 본다.[편집자주]

잉여인력 취급받는 공보의들

[기획 上]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이른바 농특법에 따라 우리나라 공중보건의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병역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로 제정된 지 30주년을 맞이한 농특법은 지난 1991년 한차례 전문이 개정됐을 뿐, 큰 변화 없이 도입 당시의 시대 상황만 반영한 채 지금껏 흘러와 현실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박광선 회장은 “무의촌은 물론 의료취약지구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과거와 지금은 판이하게 상황이 다르다”며 “공보의들 역할과 위상, 그리고 배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0년 전과 달리 교통수단 발전에 따라 의료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오지와 낙도를 제외하면 엄밀히 따져서 일반적 의미의 무의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도시화된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늘면서 공보의 배치 적정선 문제마저도 거론되고 있는데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의료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의 민간의료기관과 보건 관련 기관에도 배치되고 있다.

즉, 공보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비춰봤을 때 현재의 공보의 운영 모습은 잉여인력의 소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더욱이 다른 전문직과 달리 농특법 자체도 공보의 문제에 대해선 단독법률이 아닌 지침에 의해 규정하고 있다 보니, 지침이 바뀔 때 마다 공보의의 신분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배치기관의 문제로 인해 파견 근무 중이던 민간병원에서 나오게 됐다는 한 공보의는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전권을 휘두르다보니 공보의는 어쩔 수 없이 공무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만에 하나 눈 밖에라도 나면 재배치 때 겨우 정착한 곳을 떠나 낙도와 같은 오지로 들어가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보의 제도 개선 시동 걸어

이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대공협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공중보건의사 실태보고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을 연구과제로 신청, 선정됐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현재의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잉여 인력을 파악하고, 변화된 시대에 걸맞게 공공의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발전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보의 위상제고를 목표로 공보의 제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할 수 있도록 농특법 개정을 위한 시동을 건 셈이다.

이를 통해 대공협은 우선, 무의촌이 사라진 지금 민간병원을 비롯한 민간단체 등에 현재 공중보의를 배치를 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또한, 현재 국방의학원 설립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공중보건의사 수급 추계를 정확하게 산출해 어떠한 형태로 공중보건의사 전문 인력을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을 할 계획이다.

박광선 회장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길게 보아 현재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왜곡된 공중보건의사제도 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오는 2011년 5월 13일로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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