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병원 20년 진실' 추억인가 숙제인가
2010.09.20 04:39 댓글쓰기
[기획 상]차관병원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병원이 부도를 겪으면서 상환을 미루는 일이 빈번한데다 일각에서는 특혜를 이어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차관 상환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차관병원의 전후 실태를 짚어봤다.[편집자 주]

차관병원이란

지난 1976년부터 당시 정부는 새마을운동 전개와 더불어 의료취약지역 주민의 보건향상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었다.

그러나 보건소 등과 같이 공공의료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웠고, 이러한 곳으로 진출하려는 민간의료기관도 턱없이 부족하자 묘수를 짜냈다.

이들 지역에 위치하고 있거나 새로 들어서길 희망하는 민간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원건립 및 장비 구축 등의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92년까지 정부는 일본(OECF)과 독일(KFW), 세계은행(IBRD) 등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전국 168개 병원에 1656억원(도입시 환율)을 투입했다.

그렇게 차관병원이 설립된 지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각종 폐단이 속출하고 있다.

빌려쓸 땐 편한 돈, 갚을 땐 고달픈 돈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의 차관병원 지원정책은 순기능적인 측면이 부각됐었다.

농어촌 지역에 민간의료기관이 속속 생겨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의료접근권이 대폭 향상된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 들면서 IMF와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 사정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96년부터 99년에 걸쳐 4차례의 환차손이 발생하면서 차관병원들이 돈을 갚아나갈 여력이 없어 대규모 연체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상환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및 차관병원의 붕괴를 막기 위해 국고에서 58억 8000만원을 꺼내 119곳에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초 1656억원에서 시작한 차관자금은 이자와 환율 변동의 영향에 따라 갚아야 할 돈이 4691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또 한 번의 대책을 내놨다. 지난 2005년 정부는 대규모 연체 문제가 불거지자 ‘차관지원의료기관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특별법 제정 이전 연체금이 발생한 차관병원에 한해 지역보건의료기반 및 공공보건의료 확충 현황 등을 고려해 그 때까지 발생한 연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1회에 한해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또, 상환기간이 임박했음에도 차관병원의 상환율이 저조한 것을 감안해 미상환액 261억원에 대해선 상환기한을 2020년까지 연장해줬다.

상환율 84.9% 달하지만 연체금액도 만만치 않아

보건복지부의 2009년도 회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차관병원들의 누적상환액은 4105억원으로 상환율이 84.9%에 달했다.

상환율만 놓고 보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차관을 받았던 병원 가운데 그 사이 부도 처리된 병원이 23곳이나 된다. 미상환액 733억원 가운데 이들 병원이 진 빚이 36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약 49.5%)

복지부는 “현재 23개 부도병원 중 15개 병원과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됐고, 2개 병원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나머지 6개 병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이들 병원의 담보를 경매절차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승소 판결을 받은 2개 부도 병원에 대해선 9억원의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작업들은 지진부진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돈을 받을 길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국회 보고한 자료를 보면, 복지부 역시 “승소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인 및 연대보증인의 재산이 부족해 채권회수율이 저조하다”며 “소송이 장기화됨에 따라 실익이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또 “채권회수율이 저조함에도 채권소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길게는 30여년간 미납채권으로 잔존할 수 있다”며 “더군다나 채권이 소멸하려면 부도 이후 청산절차를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아 채권추심 절차가 수십년이 걸린다"고 밝혀 앞으로도 이 문제가 두고 두고 화근거리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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