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단체 수가협상 특급 스트라이커는 누구
2010.10.12 02:46 댓글쓰기
[기획 1-上]수가협상 대표팀의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하겠다. 대회 중간에 갑자기 대표팀 선수를 교체할 일은 없지만 불세출의 활약을 해왔던 ‘날고 기는’ 선수들이 있으니 바통 터치에 관건이 달려 있겠다. 제대로 된다면 이번 수가협상, 끝까지 간다.

우선 엔트리에는 25번 대한의사협회 정국면 보험부회장, 12번 대한병원협회 이상석 상근부회장, 30번 대한한의사협회 오수석 보험부회장, 5번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보험이사, 16번 대한약사회 박인춘 보험부회장 등이 확정돼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게 될 이들에겐 지치지 않는 체력과 경기를 장악하는 억센 스타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필드 곳곳을 누비는 끈기도 요구된다. 상대방의 연계 플레이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서 막아야 한다.

수비 라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겠다. 알다시피 수비진의 생명은 든든한 피지컬에 상대방의 공격 루트를 막을 수 있는 긴밀한 협력 플레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에는 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 선수들이 차출됐다. 공단은 수년째 수가협상을 진두지휘 해왔던 안소영 급여상임이사를 전방위로 내세워 임기 만료 임박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가 협상까지는 ‘믿고 맡기겠다’는 전략이다.

안소영 급여상임이사와 보험급여실 이성수 실장은 수가협상 有경험자이지만 새로 투입된 보험급여실 한만호 부장은 분위기 및 동향 파악을 마치고 치열한 눈치작전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성수 실장과 한만호 부장은 상대방의 공격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근거를 제안함으로써 방어벽을 견고히 해야할 포지션이다.



수면 아래는 전쟁 돌입
수년전부터 수가협상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건강보험공단과의 각개전투를 통해 이뤄져왔다. 건강보험 수가는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해 공단으로부터 받아내는 금액으로 요양기관들의 수입과 직결된다. 건강보험 수가협상은 고도의 전략과 기술로 상대를 설득하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막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에서 약품비 4000억원을 절감키로 하는 조건으로 의원 3.0%, 병원 1.4%의 수가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본 협상에서 타결을 이뤄낸 한의협, 약사회, 치협과 달리 막판 건정심까지 가게 된 의협, 병협에는 ‘패널티 적용’이 아닌 최종 인상률보다 상향 조정됐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의협 일부에서는 “페어플레이는 원래 교과서에서만 쓰라고 있는 말인가”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되려 룰(Rule)을 깬 의협과 병협에 비해 ‘더 못한’ 인상률을 받아들었다는 데 허탈해했다. 같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어안이 벙벙해질 노릇이었다는 거다.

지난해 한의협 수가협상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회원들로부터 대체 뭐 했습니까라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본협상을 거부하고 건정심까지 갔었으면 우리도 다만 0.1%라도 더 높은 인상률을 받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거였습니다. 할 말이 없더군요." 그는 "올해 협상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라면서 "동기 부여가 전혀 되지 않을뿐 더러 오히려 본협상 자체가 진정성을 잃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선수 고도의 전략이 ‘결정골’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내재돼 있는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대표 선수들의 방향타가 결정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사실상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이 박상근 前보험위원장에 이어 이번 수가 협상을 위해 신발끈을 조여맸다. 그는 병원협회 내부는 물론 보험 분야에서 정통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병원 식대 급여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지난 2006년, 그는 “적정가격을 밑도는 식대 책정으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 병원 종사자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정부에 식대 수준 재고를 강력히 호소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다. CT, MRI 수가인하 작업에도 적극 나섰다.

전직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인 의협 정국면 보험부회장은 올해 들어 유난히 마음 고생이 심했다. 거대 이익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는 만큼 심적 부담감은 상당했다. 지난해 이뤄낸 성과에도 갖가지 시선이 엇갈리면서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셈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약품비를 절감하겠다는 약속 아래 따낸 성과이기에 회원들을 독려하는데 앞장섰지만 일은 자꾸 꼬이기만 했다. 3~4월에는 비교적 성공적인 조짐을 보이는가 했더니 쌍벌제, 리베이트 정책들이 의사들을 겨냥하면서 불신감은 커졌고 약품비 절감을 두고서는 반발 심리가 교차됐다.

정국면 부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등 의사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약품비 절감을 위한 노력이 미흡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더욱이 처방은 의사 개개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협이라도 엄연히 진료 영역에 개입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는 “모처럼 의료계가 약품비 절감을 ‘스스로’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런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막바지 약품비 절감 운동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2011년 수가계약을 위한 공단과의 협상이나 건정심에서는 여지없이 올 3월부터 8월까지 사용한 약품비 통계 자료만이 활용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약품비 절감에 대한 합의사항은 불면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간의 약품비 절감에 대한 한계와 고충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과를 도출하기에는 험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비단 이번 수가협상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합리적인 협상을 위해 약품비를 절감해보겠다는 대전제 하에 지금부터라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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