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 따라 들쭉날쭉
2010.10.15 01:45 댓글쓰기
[기획 3]매년 되풀이되는 수가협상. 한정된 자원 탓에 칼자루를 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의료계는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다 못해 한줌의 재조차 남지 않을 지경이 됐다. 특히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로 대변되는 수가결정 구조 속에서, 의료계는 소수점 하나에도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숫자놀음에 울고 웃는 ‘요지경’ 수가 문제를 데일리메디가 파헤쳐봤다.

소수점에도 울고 웃는 수가협상
상대가치점수란 의료행위 가치를 요양급여에 소요되는 시간·노력 등 업무량,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과 요양급여 위험도를 고려해 산정한 가치를 뜻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 고시된다. 이를 매년 대한의사협회 등 공급자 단체와 건강보험가입자 단체 등이 서로 계약에 의해 정하는 점수당 단가, 즉 환산지수를 곱하게 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가의 기본액수를 산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수가계약 방식에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매년 수가협상 때 마다 의료계 단체들이 0.1%의 인상안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일리메디가 지난해 결정된 201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표1 참조]
를 바탕으로 비율 변화에 따른 수가 변동폭을 비교해 본 결과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종별가산율 등 기타 변수 제외) 특히 기준점이 되는 상대가치점수 상위 10개 항목의 경우, 하위 10개 항목보다 수가 방정식(상대가치점수x환산지수)에서 좌변의 크기가 더욱 큰 탓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질환을 위주로 분류한 상대가치점수 상위 10개 항목에서 고난이도 수술인 심장이식술이 9만 5216점으로 가장 높았다. 여기에 병원 환산지수인 64.3을 대입하면 심장이식술의 기본 수가는 612만 2396원이 된다.[표2 참조]


앞으로 있을 수가협상에서의 환산지수 예상 비율을 적용한 결과, 1% 증가시 617만 9526원, 3%때는 630만 3306원, 5% 642만 7087원, 10% 673만 1779원으로 상승폭이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표3 참조]


물론 심장이식의 경우 서울대병원에서조차 지난해 9례만을 했을 정도로 장기기증자 수가 적고, 장기이식이 가능한 환자도 많지 않아 전체 건강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환산지수 변동에 따른 금액 차이가 큰 만큼 그 결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환산지수에 대한 민감성 정도는 항목 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대가치점수 하위 10개 항목 역시 마찬가지다. 행위에 따른 위험과 노력 등이 다른 항목에 비해 낮아도, 그만큼 실제 의료현장에서 행위건수가 많은 탓에 무시할 수 없다.

조제료 등 의과 분야 이외 항목이 많은 1000점 이하의 항목들을 제외한 뒤 상대가치점수 하위 10개 항목을 살펴본 결과, 안과에서 시행하는 공막봉합술이 1004점으로 가장 낮았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공막봉합술의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병원급 기준)를 곱한 결과 기본 수가는 6만 4620원으로 나타났다.[표4 참조]


기준 점수가 작다보니 환산지수 변동에도 불구하고 상위 10개 항목과 달리 건당 진료비 금액에 있어서 큰 폭의 차이는 나지 않았다. 1% 상승시 6만 5223원, 3% 6만 6529원, 5% 6만 7836원이었고, 10% 상승이 있어야만 7만 1052원으로 7만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표5 참조]


그러나 상대가치점수가 낮아 환산지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산지수 인상폭이 커야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산지수에 목 매달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

고무줄 수가 원인 ‘상대가치점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대가치점수가 복지부 장관 고시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기껏 환산지수 계약이 이뤄지더라도 수가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사 등 공급자 단체는 물론이고, 가입자 단체 역시 상대가치 점수 조정에 대해 불만족으로 나타내는 사례도 잦다.

당장 올 들어서만 해도 의료계에서는 병리과가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따른 수가인하에 반기를 들고 파업에 들어간 한편, 안과는 이 문제를 법정 싸움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가입자 단체 역시 정부가 저수가·저출산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단계적인 수가인상안을 발표하자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딴죽을 건 바 있다.

결국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이 두 숫자만을 가지고 정부는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저울질하고, 의료계는 정부의 숫자놀음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착된 것이다.

대안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지난해 열린 ‘건강보험 발전과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토론회’에서 “환산지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상대가치점수·약가·치료재료·DRG수가 등도 포함해야 한다”며 “진료수가 산정 및 심사지침도 요양급여 비용 결정에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계약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왔다. 보건복지위원회 윤상용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2008년 “현재 상대가치점수가 수년 전부터 적용되던 저평가된 수가를 총점 고려해 항목간의 상대가치 이동만 있었을뿐”이라며 “상대가치점수 제도의 부작용 실태를 조사해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의 73.9%에 불과한 환산지수를 통한 수가 인상은 현실적으로 힘들다손 치더라도 장관 고시에 조삼모사(朝三暮四) 격으로 이뤄지는 상대가치점수 문제 만큼은 손을 대야 할 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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