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의과대학으로 돌아갔나
2010.11.15 21:51 댓글쓰기
[기획 上]전국 27개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중 5곳을 제외한 22곳이 의과대학 체제로 복귀를 결정했다. 정부가 획일적인 의사 양성 시스템 개혁을 천명하며 의전원을 도입한지 5년 만의 일이다. 비율적으로 따지면 의전원 완전전환 대학 73.3%, 병행대학 91.7%, 전체적으로는 81.5%가 의전원을 포기하고 의대로 다시 복귀하는 셈이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의전원=정책실패’라는 공식이 어렵잖게 성립된다. 그렇다면 이들 대학은 왜 그토록 의과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일까? 데일리메디는 그동안 수 없이 제기됐던 의전원 실패의 표면적 원인을 넘어 철저히 대학들 입장에서 의전원이 아닌 의대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해 봤다.

[上]그들은 ‘왜’ 의과대학으로 돌아갔나
[下]남는 학교와 돌아가는 학교 '일장일단'


사실 혹은 표면적 원인

획일적 의사 양성체제 개혁을 위한 의전원 논의는 멀게는 1994년 2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의 발족에서부터 시작됐다.

2001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학전문대학원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화 됐고,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정확히 5년 후인 지난 7월. 교과부가 ‘의사 양성체제 자율화’ 선언을 하며 사실상 의전원은 정책의 사생아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의전원 실패의 원인은 그동안 다방면에서 다각적인 분석이 제기됐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꼽힌 문제가 바로 ‘이공계 기피현상’이었다.

교과부는 의전원 제도를 도입하면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 전인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이공계 학부생들이 의전원 입시에 올인하면서 이공계 대학원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의전원 졸업생들의 기초의학이 아닌 임상의학 전공 열풍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해 전국 의전원 학생들을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상의학을 지망하겠다는 응답률은 89.4%, 기초의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은 6.7%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의대 교수들은 “의전원은 석사과정이라 한 학기 등록금이 1000만원에 가깝다보니 경제적 부담이 더 커져 오히려 임상의학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의전원 실패, 그 불편한 진실

위에서 언급한 분석들이 실제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의전원 실패의 주원인이라고 한다면 각 의과대학들의 내면에 담겨진 진실이 의전원 실패에 보이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대부분의 의과대학들이 당시 교과부의 외압과 BK21 등의 회유책으로 반강제적인 의전원 전환에 동참할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년 시행 후 자율결정’이란 조건부 시행의 서울의대와 유수의 대학들이 의대복귀를 염두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도 의전원은 예정된 실패였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각 대학들의 속내는 교과부의 양성학제 자율선택권 부여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각 의과대학들이 교수들의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이들 대학이 왜 의대를 그리워했는지 여실히 확인됐다.

우선 이들 대학은 의대가 의전원 보다 우수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의대의 경우 수능 고득점자들을 확보하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만 의전원은 문호개방에 의해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가톨릭대 A 교수는 “의대의 경우 수능시험 전국 석차 상위 0.3%로 20만명 중 600등 안에 드는 우수 학생이 입학하는 반면 의전원의 경우 그 범위가 2만2000명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피력했다.

서울대 B 교수 역시 “의대 신입생과 의전원 신입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적잖은 차이를 보인게 사실”이라며 “수업 진행에 고민을 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나는 메이저 너는 마이너

우수 인재 확보에 대한 의대들의 과욕 외에도 순혈주의 역시 의과대학 복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의전원 도입 당시 의대생들은 물론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전원생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인식이 팽배했던게 사실.

물론 의전원 완전전환 대학의 경우 의대생과의 상대비교가 없어 스트레스가 덜했지만 병행대학의 경우 도입 초반에만 해도 이질감을 호소하는 의전원생들이 적잖았다.

이러한 인식은 의대교수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연세대 C 교수는 “솔직히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를 영입한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다”며 “처음부터 의대에 진학한 학생과 타 학부 전공 후 의전원에 진학한 학생을 동일시 하기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고려대 D 교수는 “다 같은 제자이지만 의전원생들 보다는 의대생에 애착이 더 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며 “최대한 표현은 안했지만 병행대학 교수들이라면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의전원생들의 높은 연령도 의대 선배와 교수들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았다.

실제 의전원 남자의 경우 군대와 졸업, 의전원 교육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 되는 만큼 교육의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것.

경희대 E 교수는 “의전원 출신 인턴이 기존 의대 선배보다 나이 많은 경우가 적잖았다”며 “교육자나 피교육자 모두 피곤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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