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의전원과 돌아가는 의대 '일장일단'
2010.11.16 21:25 댓글쓰기
[기획 下]전국 27개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중 5곳을 제외한 22곳이 의과대학 체제로 복귀를 결정했다. 정부가 획일적인 의사 양성 시스템 개혁을 천명하며 의전원을 도입한지 5년 만의 일이다. 비율적으로 따지면 의전원 완전전환 대학 73.3%, 병행대학 91.7%, 전체적으로는 81.5%가 의전원을 포기하고 의대로 다시 복귀하는 셈이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의전원=정책실패’라는 공식이 어렵잖게 성립된다. 그럼에도 5개 대학은 의전원 체제를 유지키로 결정, 향후 나머지 36개 의과대학과 다른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교과부는 의전원 잔류 대학과 의대 복귀 대학에 대해 각각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 정책 지원 차원에서 대학들의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남는 자와 돌아가는 자, 과연 어떤 이해득실이 있을지 데일리메디가 전망해 봤다.

[上]그들은 ‘왜’ 의과대학으로 돌아갔나
[下]남는 자와 돌아가는 자 ‘일장일단’


[명분보다는 실리, 의전원 대학들]

파격적 지원 :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가천의대, 강원대, 건국대, 동국대, 제주대 등 5개 대학은 앞으로 교과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교과부가 의사 양성학제 자율권 보장을 발표하면서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대학에 대해 교수 증원을 비롯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공언했기 때문.

먼저 교과부는 국립대 교수 증원 때 의전원의 인원을 우선 배치하고 전문대학원 체제 정착비로 2012년까지 연간 4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즉 이들 5개 대학이 40억원을 나눠 갖게 된다는 얘기다.

우수 의학자 양성을 위한 BK21 사업 역시 이들 의전원 유지 대학에게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들 대학에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총 입학정원의 20~30%를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선발할 수 있는 특혜도 부여된다. 이렇게 되면 고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의전원 진학이 가능해진다.

의전원 유지 대학들은 벌써부터 학석사 통합과정을 통해 우수 인재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원대 A 교수는 “학석사 통합과정은 의전원의 한계로 지적됐던 인재 확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학사와 석사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리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곱지않은 시선 :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이들 대학은 당분간 타 대학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우수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동국대학교가 의전원 운영 대학 중 가장 먼저, 병행대학 중에는 유일하게 의전원을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비난 일색의 반응을 쏟아냈다.

‘일산으로의 의대 이전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인지도 면에서 확연히 떨어질 것이다’ 등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의전원 잔류를 결정한 가천의대, 강원대, 건국대, 제주대 등에 대한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 B 교수는 “이들 대학이 실리를 위해 의전원을 택했을런지 모르지만 향후 의료계 내에서의 융화 문제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학이 의과대학의 정통성을 포기한 만큼 우수 인재들의 발길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세대 C 교수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굳이 이들 대학에 지원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우수 이공계생 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뿐”이라고 전망했다.

[실리보다는 명분, 의대 복귀 대학들]

기다렸다! 수능 고득점자 : 의대 복귀 대학들이 가장 기대를 거는 부분은 바로 우수 인재 확보다.

‘명성과 인지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우수 인재 확보는 이들 대학의 숙원이었던 만큼 의대로의 복귀로 인해 수능 고득점자 확보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실제 의대 복귀를 결정한 대부분의 대학 교수들이 학제결정 논의 과정에서 가장 힘주어 주장했던 부분도 바로 ‘우수 인재 확보’다.

우선 이들 대학이 빠르면 2015년부터 늦게는 2017년까지 의대로 복귀할 경우 의대에는 수능 고득점자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최근 의대 입시의 커트라인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교수들의 예상대로 우수 고교 졸업생들의 지원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 D 교수는 “재단을 설득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우수 인재 확보였다”며 “의대로 복귀를 결정한 만큼 우수 인재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순혈주의를 유지하게 된 것도 의대교수들이 꼽는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의사는 모름지기 ‘예과+본과’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교수들은 후학들의 학제 역시 의과대학이 맞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E 교수는 “의전원 실패로 인해 처음부터 의사로 양성되는 시스템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며 의대 예찬론을 견지했다.

값비싼 대가 : 우수 인재와 정통성 확보라는 명분을 택한 대학들은 그에 따른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전망이다.

우선 그동안 지원되던 의전원 체제 정착비가 전면 중단된다. 물론 이는 의대로의 복귀를 결정하면서 각오를 한 부분이지만 문제는 패널티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과부는 의대 복귀 대학을 BK21 사업 대상기관에서 제외키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중이다.

현재 BK21 사업 대상기관으로 선정돼 지원금 혜택을 받고 있는 대학은 가톨릭,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전남대, 충북대, 건국대, 경북대, 경상대, 경희대, 부산대, 인하대, 전북대, 충남대 등 16곳이다.

이들 대학 중 의전원을 유지키로 결정한 건국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15곳의 BK21 사업 참여 제한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의대 복귀 대학에 대한 BK21 사업 참여 제한은 이미 예고한 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그 범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BK21 사업 지원을 받던 의과대학 연구인력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BK21 사업 지원 규모는 교과부가 의전원 유도를 위해 6년간 지원했던 체제정착비 389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만큼 지원이 중단될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란 분석이다.

의대 복귀를 선택한 대학들은 정원에 있어서도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교과부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개정안에는 의대 복귀시 의전원 정원 만을 유지토록 명시돼 있어, 예전 의대 시절 정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의전원 도입시 전체 정원의 50% 범위에서 다른 학부로 이양을 시켰던 만큼 다시 정원을 되찾아 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F의과대학 교무처장은 “교과부가 의사양성학제 자율권을 부여했다고는 하지만 정원 문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더 이상의 인센티브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원 정원을 학부로 인정하는 것도 유례없는 특혜”라며 “대학 총정원 유지라는 대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추가 인센티브를 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그는 이어 “의사양성학제의 자율권을 부여한 만큼 의대로의 복귀는 대학들의 자유”라며 “교과부는 이를 가능토록 법 개정 작업을 해 줄 수 있는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