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케어 산업서 미래 찾는 삼성
2010.04.02 03:11 댓글쓰기
주력 분야 ‘바이오시밀러·신약 + U 헬스케어’

삼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뛰고 있다. 과거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지금의 세계 초일류 삼성을 일으켰던 것처럼, 삼성의 현재가치를 뛰어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삼성의 선택이다. 지난 2007년 미래 신수종 사업을 발표한 뒤 2년 만에 출발 선상에 선 삼성.

삼성의 진출분야는 바이오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을 합쳐 이른바 ‘신개념 융합 헬스케어’로, 기초와 미래 분야로 나뉘어 구성된다. 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진단사업이 기초라면, 예방에 초점을 둔 U-헬스케어 등 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분야로 꼽힌다.

이를 삼성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다시 나눠보면, 삼성서울병원을 필두로 한 의료산업과 삼성전자와 테크윈이 바이오의약품, 삼성전기가 중심이 된 헬스케어가 삼성이 꿈꾸는 미래 성장동력인 셈이다.

삼성의 황금알 낳는 거위 ‘바이오의약품’
지난해 7월, 삼성은 지식경제부가 주관한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에서 150억원에 달하는 연구자금을 따내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진출 선언을 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할뿐 속내를 쉽사리 내보이지 않던 삼성이 국책과제 선정을 계기로 바이시밀러 분야에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를 택한 데는 바이오의약품 산업 전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853억 달러(2009년 기준)에 달한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11%다. 삼성의 주도하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420억 달러)를 간단하게 압도하는 수치인 셈이다. 더욱이 이러한 성장은 매년 20%씩 가파르게 성장,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경에는 2600억달러, 전체 시장에서 22%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에 목말라온 삼성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를 위한 바탕이 바로 바이오시밀러다. 아직은 2억 2000만달러로 시장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10년 뒤에는 434억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제약 산업이 복제약에서 개량신약으로, 다시 신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을 비춰봤을 때 삼성이 앞으로의 사업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분야인 셈이다.

다만 경험 부족이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HSBC는 지난해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발표를 보고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며 “사업계획을 더 확대하고 가속도를 붙이지 않으면 그룹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계 역시 “삼성이 하면 다르다고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을 비롯한 제약 산업에서는 그리 녹록치 않을 것 같다”며 “오랜 경험과 함께 기술이 축적돼야 하는데 이는 시간만이 답”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부족한 경험과 시간을 사기 위해 삼성은 현재 전 방위로 뛰고 있다. 지금 당장 공장을 짓는 대신 송도의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에 둥지를 틀고 항체치료제 개발을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은 ‘바이오제약 및 생명공학 분야 경력사원’을 채용키로 하고 전문가들의 경험을 사기 위해 나섰다. 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이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앞으로 5년간 225억원을 지원받아 난치암 분야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기로 함에 따라, 병원의 인재풀과 연구능력을 총가동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을 거둘 경우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이 혁신을 길로 걸어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진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삼성의 존재는 국내 바이오 분야 우수 기술 및 사업화의 글로벌 진출 통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짧게는 삼성의 경쟁력 강화로 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바이오 분야 진출에 보수적인 국내 제약기업에 인식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내 인력의 기술력 향상, 사업화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시켜 종국에는 국내 업체들의 동반 상승이 기대된다.”

IT 기반 성공 자신감 등에 업은 ‘헬스케어’
삼성이 기대를 걸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헬스케어산업이다. 오랫동안 삼성이 축적해 온 IT 기반 기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산업 즉, ‘U-헬스케어’ 분야다. 2009년도 시장규모만 놓고 봐도 3139억 달러로 반도체 분야보다 7.3배(420억 달러) 수준에 달하는데다, 2020년경에는 1조 180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성장 잠재력 또한 충분하다.

삼성은 속도를 냈다. SK텔레콤, 인성정보와 손잡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U헬스 사업에 시범 사업자로 뛰어든 것이다. 삼성은 결국 지난 2월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75억원을 지원받아 매칭펀드 형식으로 225억원을 U-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경기도와 충청북도, 전라남도 지역에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가정 및 요양시설에 설치된 U-헬스단말기를 통해 ‘U-재택환자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달 중 혈액검사용 의료기기 ‘애니닥터’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진단검사사업에서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자체개발을 통해 완성품을 시장에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U-헬스케어 시범사업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삼성의 사업 내용이 원격의료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찬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단 관련 업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열악한 국내 산업 현실상 삼성이 가세해 준다면 모처럼만에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삼성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이외에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동반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삼성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반겼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의 이 같은 선택은 최적의 조합으로 꼽으며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신성장동력 핵심의 중심 삼성서울병원
삼성의 이 같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진출에 삼성서울병원을 필두로 삼성그룹 산하 병원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등의 연구능력을 무기로 바이오신약 개발의 전초기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삼성이 앞으로 개발 또는 진행할 각종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시험무대를 독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하자마자 한달 만에 ‘바이오시밀러 포럼’을 열어 그룹 차원의 공조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또한 병원 고위 관계자들 입에서도 이 같은 기대는 가감없이 확인된다.

삼성서울병원 최한용 원장은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이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관심이 많다. 치료제가 개발되면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투자로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활성화되면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센터 홍성화 원장 또한 “병원 내 우수한 의료 인력과 임상시험센터의 풍부한 임상경험이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 분야와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고무됐다.

특히 그룹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삼성서울병원은 바이오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말 복지부로부터 선도형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돼 5년간 225억원을 지원받아 난치암연구사업단을 꾸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 삼성SDS가 참여해 삼성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신약이 탄생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공식발표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줄기세포 사업에 진출할 경우 삼성서울병원이 주도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은 “국내에서 줄기세포 임상시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은 임상시험을 맡을 역량이 있다”며 “GE나 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므로 그룹에서 이를 삼성서울병원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국 삼성의 신수종사업을 삼성서울병원이 앞장서서 이끌면서, 의료기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병원계의 절대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움직임은 신중하지만 도전의지 확고
삼성은 현재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삼성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여서 충분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며 “내부적으로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는 정도의 발표만 했을 뿐이다. 그만큼 그룹 차원에서 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삼성은 확실히 움직이고 있다. 잇단 정부의 국책과제 선정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 등 전 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삼성이 접목시킨 생명공학(BT), 정보통신(IT), 의료공학(MT)의 신개념 융합 헬스케어 분야는 현재 시장 뿐만 아니라 미래 시장을 동시에 노리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효과적인 판단”이라며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이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전초전이 막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10년, 삼성이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지 기대를 모으는 순간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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