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5]'의료전달체계 기능 재정립 TF' 출범
2010.07.13 21:37 댓글쓰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의료계·학계·유관기관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TF'를 마련했다. 이후 핵심과제를 도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의료전달체계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종별 의료기관 기능을 확립하기 위한 보건복지부 주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 회의는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4월 24일 열린 4차 회의는 현재까지 제시된 여러 안들을 정리, 향후 구체적 실행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실제 참석자들은 1·2·3차 의료 개념을 질환종류와 중증도 등을 기준으로 정립,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 역할분담을 제도화 등 논의된 각 단체·학계 및 관계기관의 의견을 종합, 이를 토대로 단기·중장기 핵심과제를 마련키로 했다.

먼저 본인부담률 재조정 기본방안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외래 본인부담률 하향, 입원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키로 했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외래 본인부담률 상향, 입원 본인부담률을 하향 조정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는 대한의사협회가 자체 구성한 ‘의료전달체계 제도개선 TF’를 통해 마련된 기본안이 상정된 것으로 논의의 급물살을 이뤘다.

아울러 의협은 ▲엄격한 공급체계 및 소비체계 확립 ▲진료의뢰서 1주일간 유효(동일 상병에 1회 방문으로 제한) ▲진료의뢰서 비용 책정 ▲3차의료기관의 편법 일차진료 제한 ▲의원 진찰료에 진료정보 제공료, 건강검진 상담료, 건강지도료 포함 등의 자체안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이날 회의에는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 체제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통원진료 부문과 입원진료 부문에 요양기관 종별 가산율을 달리해 통원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입원진료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TF는 특히 1차의료 질환 상태의 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완료하고 경증환자가 3차로 바로 가는 것을 막는 유인책 등을 강구한다는 전략이다. 진료의뢰서 발행기준, 부적절한 진료의뢰서 발급시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 등도 제안됐다.

병원내 임대를 통한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 허용과 1차 진료의사 양성을 위한 제도적 틀 마련 및 수련프로그램 개발 등도 검토된다.

이 외에도 단골의사제와 프리랜서의사제도 활성화, 동네의원 기능을 보건소 등 보건기관의 예방적 기능과 연계하면서 더불어 민간병원의 공공의료기능 강화 부분도 추후 논의키로 했다.

의협, 올 최대 역점사업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 역시 올 최대 역점사업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꼽고 있는 만큼 성과가 기대된다.

협회도 복지부에 대응, 지난 1월 ‘의료전달체계 제도 개선 TF’를 구성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합리적 대안 모색에 나섰다.

TF 위원장에는 나 현 의협 부회장 겸 서울시의사회장이 임명됐다. 박윤형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이 TF의 고문에, 각 의협이사들이 위원에 위촉됐다.

특히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올 상반기동안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확립을 위한 연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미 의료전달체계와 관련, ▲진료의뢰서 ▲환자회송시스템 ▲3차 의료기관 ▲지역별 병상 제한 등 4가지의 연구주제를 결정하고 연구자 선정 등 후속작업에 매진 중이다.

먼저 진료의뢰서 관련 연구는 진료의뢰서에 진료에 참고할 수 있는 환자의 검사결과 등을 포함하는 것과 진료의뢰서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문제, 발행 비용의 보험급여화 등을 주제로 연구가 진행될 전망이다.

환자 회송시스템에 관한 연구는 현재 민간차원에서 ‘회송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는 방안이 다뤄진다. 3차 진료기관 환자에 관한 연구는 3차 진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의 수, 질환종류, 의사 1인당 환자수 등의 주제가 다뤄진다.
특히 개원가에만 차등수가제 같은 환자 수 체감제를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차원에서 3차 진료기관의 환자수 체감제 적용 방안도 연구에 포함됐다.

이밖에 무제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병상 수가 개원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인식 아래 지역별 병상 제한에 관한 연구도 진행된다.

원격의료·정부 의지 약화 ‘최대 걸림돌’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가장 큰 벽으로 ‘원격의료’가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상정, 원격의료 허용 등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심의, 원안대로 의결된데 이어 국회에 제출됐다.

의료계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돼 지역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일차의료기관 및 지역 의료기관들은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에 강력 반발해온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국회 및 보건복지부에 의견서를 전달, 도입 반대의지를 피력했다.

의견서에서 의협은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는 의료의 접근성에 대한 제한을 사라지게 해 대형병원 및 대도시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기존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지역 접근성에 기반한 일차의료기관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며 의학적 타당성 및 안전성 등의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며 “유명무실한 의료전달체계를 새로이 정립, 몰락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 육성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예전과 다른 태도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초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정부의 노력은 현재 답보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 의과분야 첫 회의가 복지부 내부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되는 등 주춤거렸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 회의에서 4월 7일 의과 분과회의를 시작으로 격주마다 치과 및 한의과 회의를 갖고 핵심과제를 도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일정과 부처 내부 논의의 필요성으로 의과 TF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오래 걸릴 것 같아 언제 회의가 열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일 의과 회의는 물론 4월 말 열린 예정이던 치과와 5월 한의과 등 TF 관련 모두 회의 일정이 아무런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 셈이다.

특별한 이유없이 TF 일정이 연기되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연기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리베이트 쌍벌제와 허위·부당청구 처벌규정 등의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자 이를 의식해 회의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TF 회의 연기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의 중요성을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그동안 회의에서 개진된 내용을 복지부 내부에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무기한 회의를 연기한다는 식의 통보를 받았다”며 예상치 못한 회의 일정에 난감해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와 의료계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회의 일정이 연기됐다는 것은 억측이다”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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