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9]'허리 부러진 대한민국 의료'
2010.07.18 21:06 댓글쓰기
요즘 들어 의료전달체제가 붕괴되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의원, 병원, 상급종합전문병원이 서로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구도에 돌입했으며 몇 안되는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 다투어 고가장비를 구매하는, 정말 말 그대로 무한경쟁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는 곧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했다.

지방병원을 비롯한 작은 의료기관은 점점 더 경영난에 허덕이고 수도권의 대학병원은 환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대학병원은 병상 증설에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반면 중소병원, 지방병원은 점점 더 병상가동율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교통수단의 발달과 수도권에 편중된 발달은 인구 쏠림현상의 문제를 가져왔고 지방은 점점 더 문화공동화, 의료시설 이용공동화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의료전달체계가 잘 안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이 잘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본래 의료전달체계는 진료의뢰서에 의한 환자이송시스템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의원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의 이송체제 혹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송체계를 이야기 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환자이송체계를 1차, 2차, 3차로 구분하고 중진료권과 대진료권으로 구분하였으나 1998년도에 들어 환자의 접근성과 선택성을 고려한 중진료권, 대진료권의 구분을 없애고 의료급여 환자는 기존의 진료의뢰서에 의한 환자이송체계인 1,2,3차를 고수하고 건강보험 환자는 1·2차를 1차 진료로, 3차를 2차 진료로 환자이송체계를 전환했다.

하지만 이러한 진료의뢰서에 의한 환자이송체계는 별 효용없이 대학병원의 환자집중화,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중되어 지방의 중요한 사회간접자산은 휴면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경증환자의 무분별한 접근성에 의해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중증환자 즉, 암이나 희귀성 질환 환자의 진료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의료시스템은 모든 나라에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인프라 중 하나이다. 의료, 교육, 치안 중에서도 특히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일수록 국가경쟁력이 향상되며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이라 말 할 수 있다. 또한 국민 입장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사회복지시스템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느 영역보다도 평등,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러한 평등과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비교적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하에 있어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의 경영자 외에도 국가와 국민이 함께 유사 시를 위해 의료기관을 잘 존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한쪽에만 편중되어 무거운 짐을 주는 것은 형편에 맞지 않고 어느 정도 의료인과 국민, 국가가 함께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먼저 1차적으로 적절한 의료수가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저수가, 저급여 만이 능사는 아니며 국민도 OECD수준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OECD 수준의 보장성과 의료혜택을 받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국민들의 공공시설로서 편이성만 생각하지 않고 효율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며 양보하여 이용하는 미덕을 가져야 한다. 상급종합전문병원은 암이나 희귀성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편하게 접근하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경증질환, 만성병을 갖고 있는 환자는 거점병원이나 중소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만약 꼭 상급병원을 이용하겠다면 외국과 같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차등화처럼 입원환자 본인부담금 역시 차등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역시 모든 의료기관이 잘 영위될 수 있도록 올바른 의료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최근 상급종합전문병원으로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고갈과 국민의료비 증가, 중증환자(암이나 희귀성 질환)의 진료권 침해와 더불어 지방대학병원과 지방중소병원 의료시설 휴면상태로 인한 자원 낭비 역시 심각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의료전달체계는 더불어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즉 의원과 중소병원의 역할이 무엇이고 상급종합전문병원과 상호보완관계로 갈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학병원은 암이나 희귀성 질환, 부가가치가 높은 R&D 사업과 교육 분야로 하고 의원 및 중소병원은 경증, 중등도 질환, U-health 등 예방 및 검진사업 분야로 나누어 확실한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분담과 더불어 전국의 병원을 모자병원 또는 자매병원으로 네트워킹하고 수련의를 공유한다면 보다 질 좋은 수련과 더불어 보다 나은 의료전달체계가 이루어 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제도는 이미 과거에 시행된 적이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주변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시기적 문제로 인해 중단되었다. 향후 의료기관 상호간의 확실한 역할 분담이 전제된다면 수련의에게는 교육 상 꼭 필요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모자병원과 자매병원 관계에 의한 병원간의 행정체제로 인해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는 활성화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기존의 그렇게 많은 모자병원과 자매병원을 갖고 있는 대학병원이 지방분원을 만들 명분도 없어지게 되며 급성기 병상의 무분별한 증설도 없어지게 된다.

나는 확실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더불어 수련시스템의 변화야 말로 우리 국민을 위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국가 중요 의료인프라를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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